“아들 규담이가 어렵게 사는 친구들에게 자기 것을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28보병사단에서 간호부사관으로 일하는 이혜원(24) 하사는 지난해 6월 아들 규담이의 이름으로 처음 50만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기부했다. 규담이가 태어난 지 9개월 지나서였다. 이 하사는 “아들이 아직 말은 못 알아 듣지만 항상 ‘너는 정말 행복한 아이다’라고 말해준다”며 “훌륭한 사람이 돼라고는 말하지 않지만, 늘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이 돼라고 한다”고 했다.
이 하사가 아이 이름으로 기부를 시작한 것은 자신이 느낀 기부의 기쁨을 아들도 누리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하사는 한 달에 한 번씩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불우 아동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다. 기부를 시작한 2018년 11월엔 월 3만원씩이었지만 월급이 150만원에서 160만원에서 오른 지난해 10월부터는 3만5000원씩으로 늘렸다.
“첫 기부는 3만원이었지만 제가 느낀 행복은 3000만원 이상 값어치가 있었어요. 제가 처음 도움을 받았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 ‘나도 열심히 살아봐야지’라는 희망을 다른 친구들이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습니다.”
이 하사는 1997년 9월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다.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아기를 품에 안고 여관 등을 전전하다 이듬해 4월 ‘정혜사’란 절에 이 하사를 맡겼다. 어린 이 하사를 돌본 것은 절의 주지였던 법우 스님(63)이었다. 그는 아기 출생신고를 하며 자신의 성(姓)인 ‘이’에 ‘은혜 혜(惠)’, ’동산 원(園)’자를 쓴 이름을 지어줬다. ‘많은 사람으로부터 은혜를 받고,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동산을 쌓으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이 하사는 “너무 흔한 이름인 것 같아 스님께 불평한 적이 있었는데, 담긴 뜻을 듣고 난 후부터는 이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린 이 하사에게 절은 집이었지만 수련을 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학교에 들어 가기 전엔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생활하기도 했다. 중학생 땐 오전 8시 반까지 등교하기 위해 6시 반에 절을 나서야 했다. 시내버스 정류장이 산속에 있는 절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하사는 “그래도 스님이 주말이면 이곳저곳 같이 놀러가주셔서 외롭다는 생각은 별로 안 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이 된 이 하사는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스님이 준 보증금 100만원으로 학교 근처에 7평짜리 원룸을 구했다. 월세 18만원, 관리비 5만원, 통신비 6만~7만원, 식비 10만원 등 한 달에 40만~50만원은 오롯이 이 하사가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야간자습을 할 때, 이 하사는 돈가스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고등학교 1학년 생활이 거의 끝나갈 무렵 이 하사는 스님에게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네게 생활비를 보태준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단이 어려운 학생에게 생활비를 보태주는 프로그램에 이 하사의 이름이 들어간 것이다. 이 하사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5개월 동안 한 달에 20만원씩 모두 100만원을 후원받았다. 이 하사는 “처음 통장에 기부금 20만원이 찍힌 것을 본 날, ‘나를 위해 자기 것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니’란 생각에 잠을 못 이뤘다”며 “나도 남을 위해 내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결심한 밤이었다”고 했다. 그날의 다짐은 간호부사관이 된 뒤 매달 기부금으로 이어졌고, 아이 이름으로도 기부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 하사는 “요즘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오히려 ‘난 정말 행복한 아이였다'는 생각을 한다”며 “아들 규담이도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어려운 친구들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