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 김수빈(12)의 이름이 귀에 각인됐던 건 지난해 늦가을쯤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던 이건우 작사가를 통해서였다. 그는 40년간 1200여곡 넘는 가요를 작사하며 ‘아모르파티’ 등 트로트 인기곡 가사까지 탄생시켰던 이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로트가 10대 등 어린 세대에게도 확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작신(작사의 신)’이라 불리는 그의 입에서 “김수빈”이 튀어나왔다. “진심으로 트로트를 좋아하니 지켜봐달라”는 얘기였다. 트로트 가수로 대성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김수빈의 열정을 높이 산 이건우 작사가는 지난해 김수빈의 신곡 ‘내게 온 트롯’을 작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보령 출신 김수빈은 2년 전 전국노래자랑 충남 서천편 인기상과 연말결선 장려상을 받으며 트로트계에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해 ‘편애중계’ 등 방송을 통해 ‘트로트 신동’으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그 당시 대화의 주인공을 이렇게 눈앞에서 만나게 될 거라곤 그때는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서울 한남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수빈은 생각보다 작고 늘씬한 체구였다. 화면에서는 동글동글 귀엽게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정말 작았다. TV조선 ‘미스트롯2’ 마스터 예심에서 화려한 날개 의상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트롯 팅커벨’로 불린 이유를 단번에 알 것 같았다. 긴 웨이브 머리를 찰랑이며 사뿐히 걸어오는 모습이 꼬마 요정 같았다. 촬영을 위해 의상을 고르는데, 벨리 댄스로 다져진 탄탄한 체형에 다리가 길어 슬림핏(fit) 바지 정장도 잘 맞았다. 비슷한 핑크 체크 패턴 원피스를 입은 초등부 맏언니 이소원과 함께 “출근복 스타일”이라며 즉석 미니 패션쇼도 선보인다. 이들을 비롯해 임서원, 김지율, 황승아 등 초등부 동료가 함께 모인 자리서 김수빈의 시그니처인 ‘눈웃음’ 애교로 대기실을 먼저 환하게 밝힌다.
“열살 때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면서 트로트에 빠져들었어요. 트로트는 모두가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특히 좋았어요.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각자의 감정을 함께 녹이잖아요. 하나의 노래지만 수백 가지 감성의 노래가 탄생할 수 있죠. 우리가 함께 즐기며 만들어가는 노래가 트로트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세대와 나이 상관없이 전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트로트의 매력 아닐까요?”
초등부 동료 소원이도, 서원이도 “보고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눈웃음”이라며 엄지를 지켜 들었던 수빈이의 눈웃음이 또다시 스며 나온다. “미스트롯·미스터트롯을 통해서 송가인 언니, 임영웅 오빠같이 정말 노래 잘하시는 분들이 국민 가수가 되셨잖아요. 이번에도 그렇게 잘하시는 분들이 나올까 궁금했어요. 그런 분들 앞에서 도전해 보고 싶기도 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무엇보다도 꺾기 등 현란한 기교가 트로트를 더 도전하고 싶게 만든다고 했다. 김수빈은 충남 보령을 넘어 전국구로 이름난 벨리 댄스 실력자로, 벨리 댄스에 트로트를 접목한 ‘벨리 트로트’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요즘 트로트는 여러 다른 장르와 만나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는 열린 장르같아요. 진정성 있게 트로트를 제대로 배워가고 싶어요.”
마스터 예심에서 진성의 ‘가지마’를 구성지게 부르며 올하트를 받은 김수빈은 그도 밝혔듯, ‘진성 오빠’ 팬이다. “진성 선생님께서 노래도 정말 잘하시고, 노래가 정말 좋잖아요. 사연도 곱씹어 보다 보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방법도 조금씩 알게 되고요. 선생님 노래엔 힘이 있어요.”
여전히 ‘진성 오빠 최고’라지만 미스트롯2 출연 뒤 약간의 변화(!)도 생겼다. 그의 입에서 “동원 오빠가 좋아졌어요”는 말이 나왔다. “방송 보며 알게 됐는데, 마스터 석에서 동원 오빠가 저를 가리키며 ‘쟤 알아요. 잘해요’라시는 거에요. 정말 놀랐죠. 절 알아주시고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고마웠어요. 저한테 하트도 눌러주셨거든요. 심사 뒤에도 초등부 친구들 격려해주셨어요.” 마스터 예심 당시 초등부 7명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멈추지 않자, 마스터 석에서 내려와 “돈 크라이(Don’t cry·울지 말라)”하고 갔다는 것이다. 초등부 전원이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고마웠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이렇게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고 위해주시는 언니 오빠들 덕분에 트로트를 더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초등부 5인방에 김다현, 김태연까지 초등부 ‘7공주'가 모인 팀미션에서 김수빈은 ‘수빈이네 일곱자매들’ 리더를 맡았다. 끈끈한 우애는 경연이 끝난 뒤에도 ‘단체 카톡방’으로 이어져 수시로 대화를 하며 친하게 지낸다. 어느 때보다 정이 많이 들었던 친구들이었기에 동생들과 헤어지게 됐을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더 좋은 무대 보여 드리지 못해서 아쉽고, 너무 좋은 친구들과 이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경연 중인 다현이, 태연이까지 우리 일곱자매 모두 자랑스러워요.”
초등부 팀원뿐만 아니라 대기실을 오가며, 경연 준비를 하면서 다른 언니들과도 친해졌다. “‘편애중계' 이후 다시 만난 전유진 언니가 ‘잘했다.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줬어요. ‘전국노래자랑'에서 알게 된 ‘트윈걸스’ 언니들도 여기서 응원 많이 해주셨어요. 무엇보다 주미 언니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주미 언니가 재밌기도 하고 저를 잘 챙겨주셨거든요. 나중에 언니를 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김다현과의 1대1 데스매치에서 아쉽게 탈락한 김수빈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이 미래를 두고 여러 갈래 이야기를 할 때도 김수빈은 줄곧 “트로트 가수”라고 말했다. “아직 못 보여 드린 모습이 정말 많으니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 지켜봐주세요. 트로트 가수 김수빈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김~수빈 되겠습니다.”
김수빈 프로필
2018 보령시민노래자랑 인기상
2018 보령 김축제 청소년 2위
2019 KBS 전국 노래자랑 충남서천 인기상·연말결선 장려상
2020 KBS 아침마당 출연
2020 MBC 편애중계 ‘트로트신동’·비디오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