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사진부터) 이가령. 성훈.

“저는 (펜트하우스) 김순옥 작가님 작품(가족의 탄생·2013)도 해봤고, (임성한) 작가님 것도 해봤는데 걱정 안 해요. 이걸 터뜨리려고 그간 내공을 쌓아두셨구나 생각했거든요. 잘될 거 같아요.”(성훈)

‘임성한 작가에게 선택받은 신인’. 이 수식어 하나로 그 배우의 인생은 그날부터 달라진다. 신인이나 무명을 주연으로 기용하는 임성한 스타일은 정평 났다. 임성한호(號)에 승선하는 건 곧 스타로 직행하는 초고속 지름길.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주연 성훈(본명 방성훈)과 이가령 역시 비슷하다. 대학 시절까지 수영 선수로 활약한 성훈은 임성한 작품 ‘신기생뎐’(2011)에서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데뷔했다. 연기 첫 도전에 주인공이었다. 데뷔 후 각종 드라마 주연 등을 꿰차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은 성훈은 이번 작품으로 임 작가와 10년 만의 재회. 주로 CF 모델로 얼굴을 알렸던 이가령은 임성한의 ‘압구정 백야’(2015) 주인공 물망에 오르며 대중에게 깜짝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임성한에게 다시 선택받은 이가령은 이번 작품으로 ‘임성한의 뮤즈’라는 애칭을 얻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근 만난 이들은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먼저 운을 뗐다. “반가우면서도 고맙다. 작가님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만큼 각오도 상당하다”(성훈) “5년 전 오디션을 기억해주셔서 영광이다. 이렇게 큰 역할을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이가령)

“대본에 답이 있다”는 임성한 작가의 말에 누구보다도 충실한 그들이었다. 똑 부러진 아나운서 출신 라디오 DJ로 등장하는 이가령은 극 중 연하 남편으로 나오는 성훈이 ‘그녀의 드럼 치는 모습에 반했다’는 한 장면을 위해 수 개월간 연습했다. “항상 연기자를 갈망했지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다. 스스로 동기 부여를 계속하며 버텨온 6개월이 어느새 6년이 됐다.”

임성한 작가 컴백작인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주연을 맡은 이가령(왼쪽)과 성훈. 이가령은 “성훈이 정말 배려를 잘해줘 행복한 촬영이 되고 있다”고 말했고, 성훈은 “가령씨의 욕심 있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말했다. / 이태경 기자

잘나가는 변호사 역할을 맡은 성훈은 최근 한 예능에서 드라마 대본 속 지문을 위해 하루 만에 5㎏을 찌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헬스장에 갔다 누군가를 보고 나와있는 배를 집어넣는다’ 대본 속 한 문장 때문이었다. ‘직진남’이란 그의 별명이 새삼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자신 앞에 일이 놓여 있을 때 다른 곳은 보지 않고 오로지 그 일에 매진하는 완벽주의 성훈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기자가 보낸 사전 질문지까지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다 외웠던 그였다. ‘임성한 페르소나’ 등 누군가에겐 ‘월계관’으로 보일 법한 수식어가 성훈한테 적지 않은 무게감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임성한이 발탁한) 태곤 형도 그렇고 저도 그동안 목숨 걸고 미친 듯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저도 이번 작품에 모든 걸 쏟아내고 있는데, 다행히 작가님께서도 캐릭터를 저한테 많이 맞춰주신 것 같아요.” 낯가림이 심하고 내성적이었던 그가 각종 예능을 통해 스스로를 내려놓고 사람들과 편해진 모습을 작가가 포착해냈다는 설명이었다. 그간 지적됐던 발음 문제 등도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주로 정극을 맡는 다른 ‘임성한표 배우’들과 달리 성훈은 정극부터 로맨틱 코미디 등 배역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는 그가 지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에게 연기가 ‘천직’으로 다가온 순간은 언제일까. “성격상 하나에만 빠져드는 스타일인데, 연기를 하다 보면 ‘나만의 세상이 있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 순간에 오는 희열이나 행복감. 그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요즘 현장에서 스태프 만나고, 웃으며 즐기는 내 모습에서 ‘행복하다’며 감격해요.”

‘톱스타’란 이야기에 손사래를 치며 “그런 의미라면 전 실패! ‘영끌' 해도 집도 못 사는 데요”라며 크게 웃던 성훈은 “스스로 정해놓은 연기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하기도 하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매번 작품 할 때마다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나는 재능이 없나, 연기는 노력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분야인가....” 성훈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가령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얼마 전 TV조선 예능 ‘뽕숭아학당’에서 ‘결사곡'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민영이 임영웅의 ‘이제 나만 믿어요’를 부를 때도 그렁그렁 눈물을 쏟아냈던 그녀가 인터뷰 중 또 한 움큼 눈물로 얼굴을 적셨다. “너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서... .” 인터뷰 중 상대역 성훈에게 “배려해줘 고맙다” “잘 맞춰줘 고맙다”던 이가령은 “대선배님들이 기죽지 않게 격려해주셔서 ‘좋은 배우’란 게 뭔지 조금씩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성한 작가가 6년간 쌓아온 현실 속 인간 군상을 뷔페처럼 한꺼번에 터뜨린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 “선생님 작품은 후반으로 갈수록 시동 붙잖아요. 나쁜 남자, 나쁜 여자 누가 어떻게 될지 그건 좀 더 두고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