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2021년 가을/겨울 패션쇼에 등장한 의상들. /루이비통

이 곤란한 옷은 상품이 아니라 질문이니 “대체 이걸 어떻게 입으란 거냐”고 열을 낼 필요는 없겠다. 오히려 그런 반감이야말로 핵심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인종, 나이, 직업, 성별이어야 도시를 통째 걸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해지는 순간 반대로 디자이너가 묻는다. 우리는 옷차림으로 누군가의 정체성을 재단하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떤 것은 입어야 하고 다른 어떤 것은 입어선 안 된다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지.

/루이비통

이 옷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 2021 가을·겨울 패션쇼에 등장했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보다는 ‘선입견'이라는 주제 의식을 부각하기 위해 만든 옷이다. 건축을 전공하고 패션으로 진로를 바꾼 총괄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는 이 옷에게 건축에 대한 관심을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쪽은 노트르담 대성당,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같은 파리의 랜드마크를 형상화했고, 마천루를 소재로 한 다른 쪽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뉴욕), 중국은행 타워(홍콩), 존 행콕 센터(시카고) 같은 세계의 빌딩들을 한데 모았다.

이번 쇼가 열린 무대는 근대 건축 거장 미스 반데어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한다. 1929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의 독일관으로 지어졌다가 박람회가 끝나고 헐려 전설로 남은 건물이다. 영감을 주는 사람 중 하나로 과거 마이클 조던을 꼽았던 아블로는 “내게 미스 반데어로에는 또 다른 마이클 조던”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