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 작가의 대표 판타지 장편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이하 눈마새)’가 오디오북 소설으론 국내 처음 매출 1억원 고지에 올랐다. 30일 출판사 황금가지에 따르면 지난 7월 네이버의 오디오북 서비스 플랫폼 ‘오디오클립’에서 선보인 눈마새는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억원을 올리며 역대 오디오북 최고 매출액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매출 1억3000만원을 돌파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 태동기인 국내 오디오북 시장에서 상징적인 기록”이라며 “2003년 출간된 책이지만 콘텐츠에 힘이 있다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고 말했다. 인간과 도깨비 등 4개 종족이 등장하는 4권짜리 종이책 눈마새는 한국판 ‘반지의 제왕’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40만부 넘게 팔렸다. 지난 2017년 100명의 배우가 책을 읽어주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가 매출 1억원을 넘었지만, 단일 IP(지식재산권)를 가진 작품 하나가 매출 1억원을 넘긴 건 처음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드라마형’ 오디오북을 녹음하고 있는 성우들. 성우들이 책을 읽으며 실감 나게 목소리 연기를 하고,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입혀 제작한다. /오디언소리

오디오북 품질을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송 수준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책 일부 내용을 딱딱하게 읽는 수준은 애저녁에 졸업했다. 성우가 내용을 빠짐없이 읽는 건 물론, 연기와 더불어 다양한 효과음을 통해 마치 영화를 감상하듯 즐길 수 있는 ‘드라마형’ 콘텐츠를 내세운다. 김태리 같은 유명 연예인이나 작가를 앞세워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오디오북 가격은 보통 종이책과 비슷하지만, 3달 이용을 조건으로 절반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출판 업계 관계자는 “오디오북 제작비는 장편소설 한 권당 종이책 제작의 2~3배에 이르는 1000여만원이 든다”며 “수익원을 다양화하고 새로운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시장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마새는 국내 오디오북 사상 최대 제작비인 1억3000만원을 투입했다. 제작 기간은 1년. 성우 21명을 동원하고 각종 효과음과 배경음악을 입혀 총 62시간에 이르는 분량으로 만들었다.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란 도입부 대목을 성우가 읽으면, 바람 부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함께 들려오고, 총 쏘는 묘사에선 실제 총소리가 울린다.

황금가지는 지난 2018년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시작으로 최근 이준영 작가의 신작 SF소설 ‘파라미터O’까지 약 20여 종의 드라마형 오디오북을 출시했다. 황금가지 관계자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엔 제작비 3억원을 투입해 이영도 작가의 또 다른 대표작 ‘드래곤라자’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판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오디오북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매체에 빠르게 반응하는 20~30대가 주요 독자다. 오디오북 모바일 서비스 업체 윌라에 따르면 올해 오디오북 콘텐츠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고 전체 회원 수도 3배 넘게 증가했다. 회원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올해 월 평균 종이책 독서량은 1.1권인 것에 비해 오디오북은 월평균 7.4권으로 집계됐다. 윌라 관계자는 “오디오북은 출퇴근길이나 운전, 취침 전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장소나 상황에서 독서가 가능하기에 새로운 독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집안 활동이 증가했다는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