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이라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노래를 좋아했다. 앤디워홀의 노란 바나나 그림이 있는 앨범 재킷도 좋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아침에 대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요일 아침!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침의 상쾌하고 청명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아침이라고 부를 수 없는 애매한 시간임에도 ‘선데이 모닝’을 들으면 아침의 기운을 연장할 수 있을 것 같곤 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유효시간은 오전 11시까지였다. 11시가 넘으면 아무리 우겨 봐도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선데이 모닝'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앤디 워홀의 바나나가 들어간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침에 관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선데이 모닝'이 실린 앨범 '벨벳 언더그라운드 앤 니코'. /Polygram Records

아침을 좋아한다. 사실 아침보다 새벽을 더 좋아하는데, 새벽에 일어나지 못하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새벽을 좋아한다고 하기에는 쑥스럽게 되어버렸다. 새벽이 주는 청량하고 심원한 기운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아침에 일어나는데, 아침도 그럭저럭 괜찮다. 새벽보다는 못하지만 아침의 원기라는 게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 따뜻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고 아침을 차린다, 그리고 먹는다. 먹으면서 창밖을 보기도 하고 집안을 둘러보기도 한다. 음악은 거의 틀지 않는다. 음악은 너무나 감정적이어서 나의 아침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읽다 만 시집을 보기도 하고, 식탁 옆에 둔 메모지에 글씨를 써보기도 한다. 화병에 물을 갈아 주기도 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그렇게 밤새 고여 있던 텁텁한 기운을 내보내고 신선한 기운을 수혈받는다.

나의 아침 메뉴는 거의 십년 째 커피와 사과다. 여기에 흐르는 정도로 삶은 반숙 이하의 달걀이 추가될 때도 있고 빵이 더해질 때도 있고 오트밀을 먹을 때도 있다. 이 모든 걸 동시에 다 먹지는 않고, 커피와 사과에 한 가지 정도만 더한다. 나는 아침에는 먹기보다는 아침 그 자체를 느끼기를 좋아하는데, 먹는 데 집중하다보면 아무래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라는 나의 직업 중 가장 큰 장점은 이렇게 아침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략 이 일을 한 시간 반에 걸쳐서 하는데 직장인들은 누리지 못할 호사라고 생각하며 종종 감격한다.

그러니 나는 아침에 대한 노래든, 이야기든, 그림이든 반응하는 편이다. 이다혜 기자가 쓴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은 아침에만 읽었다. 사과를 먹다가, 달걀을 먹다가 약간씩만. 이건 그가 집과 출장지와 여행지에서 겪은 조식들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남들의 조식 이야기도 있었다. 나는 남들은 아침에 무엇을 먹는지, 아침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한 사람이라서 이런 부분이 좋았다.

이다혜 기자가 쓴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을 나는 아침에만 읽는다. /세미콜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미드웨이’에는 파일럿의 아침식사가 나온다고 한다. 메뉴는 달걀요리와 스테이크. 그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침을 먹는데, 문제는 바로 메뉴다. 달걀요리나 스테이크는 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 날 나오는 음식인데, 두 개 다 나온 것이다. 아침을 먹고 나서 어쩌면 살아 돌아오지도 못할 임무에 투입된다는 말이라는 걸 그들 모두가 느끼고, 그런 채로 아침을 먹는다고. 이 장면을 보고 싶어서 ‘미드웨이’를 볼 영화 리스트에 적어 두었다.

내가 순환하는 아침 메뉴 중 하나로 오트밀을 추가하게 된 것은 이 책 덕분이다. 필요로 하던 오트밀 레시피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먹기 전날 밤, 오트밀에 떠먹는 요구르트를 부어놓으면 된다고 책에 써 있었다. (오트밀은 먹기 바로 전에 뭔가 하려면 끓이지 않고서야 액체와 융화가 잘 안 되는 성질을 지녔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이 방법을 시도했는데 아주 좋았다. 간단하지만 혁신적이었다.

그래서 오트밀 재우기용으로 적합한 통을 구입, 자기 전에 아침에 먹을 오트밀 제조에 나섰다. ‘제조’라고 한 것은 나는 레시피를 따라 하다 어느 순간이 되면 응용하는 타입이라서 그런데, 트라이플 스타일로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트라이플은 크림과 과일을 층층이 쌓아올리고 위에 또 크림을 뿌린 영국식 디저트다. 나는 크림 대신 오트밀과 아몬드 우유, 되직한 요거트, 새싹보리 가루와 냉동 산딸기를 차례로 얹어 오트밀 트라이플을 만들었다. 처음 냉장고에서 하루 재운 이것에다 꿀을 뿌려 먹었을 때, 나는 이보다 호화로운 아침 음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눈이 번쩍 떠지며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활력이 생겼던 것이다. 트라이플을 흉내 내 이쁘게 쌓았으니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주었고.

한 책을 보고 내 아침 메뉴에 오트밀을 추가했다. 이리저리 연구하다 '제조'한 게 오트밀로 만든 영국식 디저트 '트라이플'. 오트밀과 아몬드 우유, 되직한 요거트, 새싹보리 가루와 냉동 산딸기를 차례로 얹어 오트밀 트라이플을 만들었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내가 이런 사람이니 아침에 대한 전시에도 가게 되었다. 우연히 들어간 강릉 명주동의 와인 가게 민트(meent)에서 사장님에게 전시에 와달라고 하는 젊은 커플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침 … 사진 … 잡지 … 저희 집”이라는 키워드가 들렸다. 들어 보니, 집에서 아침 전시를 한다고 했다. 아침에 대해서 다루는 ‘아침’이라는 잡지가 있는데 잡지에 다 못 담은 B컷 사진들을 모아 하는 전시라고 했다. 잡지를 만드는 이는 다른 사람이고, 커플은 교동주택이라는 자신들의 공간을 제공한다고 했다.

집의 대문을 열자 마당에 오죽을 심은 게 보였다. “오죽이네요?” 했더니 집의 호스트인 남자분이 “오죽을 아시네요?”했다. 나는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고,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죽이라는 말을 듣고 더 좋아졌다고 했다. 나는 오죽헌에 갔다가 오죽은 꽃을 잘 피우지 않는데, 꽃이 피면 죽는다는 말을 읽기도 했다. 까만 대나무 뒤로 가니 얕은 담장에 ‘아침 사진’이 기대어져 있었다. 오죽이 인상적이어서 어떤 사진을 봤는지 인지하지 못한 채 실내로 들어왔다.

주방의 원탁 테이블에 오트밀과 스콘 등을 담은 아침 풍경이 재현되어 있었고, 그 옆에 아침 매거진을 만드는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나는 두 점의 작은 사진 앞에 오래 서 있었다. 토스트와 달걀이 각자 나에게 호소하는 듯 보였고, 나는 어떤 걸 사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서 그랬다. 하나는 투명 의자에 토스트가 있는 사진, 또 하나는 삶은 달걀 사진이었다. 둘 중 하나의 사진은 내 차에 실려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내일 아침을 함께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