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밤, 빛이 빛을 냈다. 몇억 광년을 지내온 ‘주홍빛’ 불빛은 주황색 ‘빛희재’로 무대로 내려앉은 듯했다. 그의 빛나는 눈매, 무결점 피부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들었지만, 격한 퍼포먼스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은 그의 독보적인 고운 목소리는 스스로 ‘빛’을 냈다.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온 세상은 평화로만 가득할 것 같다.
“부산은 저한테 ‘제2의 고향입니다’”라고 말하는 김희재의 이야기에 팬들은 금방 고개를 끄덕였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 경연 당시 ‘해군’이었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부산=김희재’의 공식을 다시 떠올렸을 것이다.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30일부터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 부산에 온 첫날은 지난 8월 21일 콘서트 연기 이후 오랜만에 콘서트를 재개한 설렘이 넘실댔다면, 둘째 날은 더욱 부산을 즐기며 흥분, 기쁨과 눈물로 뒤섞인 감흥으로 휩싸인 분위기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첫날, 부산과의 인연을 ‘맛보기’로 보여줬다면 둘째 날은 부산사람이 된 듯 술술 풀어놓았다. 트롯맨 톱6는 1일까지 이어지는 5회 공연으로 부산 콘서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 광주로 향한다. 이틀간의 부산 공연을 바탕으로, 임영웅부터 멤버들 각각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하루 수만번 손인사…"용호동 스타와 희랑하세요"
잘하는 걸 앞에 내세우는 게 본분이라지만, 김희재는 여느 아이돌과 견주어도 돋보이는 ‘춤’을 앞세워 이야기를 마치기엔 부족하다. 아이돌 연습생을 겪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울산 이미자’라는 애칭답게 쉽게 따라 하기 힘든 청아한 목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감탄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임영웅을 비롯해 트롯맨들이 앞다퉈 “보석 같은 김희재”라고 말하는 것은 동료부터 감화시킨 그의 목소리의 힘이다. 청아한 목소리에 ‘사랑의 콜센타’ 등에선 ‘고음 전담’에 ‘퍼포먼스 전문’이었지만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msg없이 맑고 탁 트인 목소리에 감정까지 더하니 그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독보적인 목소리가 됐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방송에선 기회를 못잡았을 수도 있지만 그의 목소리 힘은 벡스코 공연장에 갇혀 있기엔 이미 하늘을 향해 있었다. ‘빛희재’라는 애칭처럼 밤하늘의 별빛이라도 닿으려는 듯, 그는 한순간도 그냥 지나치려 하지 않았다. 김희재는 손인사로 팬들에게 다가갔다. ‘돌리도’에 이어 ‘꽃을 든 남자’로 ‘미스터트롯’ 인기 경연 곡을 하면서 그는 T자형 돌출 무대 전면은 물론, T자형 무대 좌우 왼쪽 오른쪽 구석 구석까지 다니며 크게 ‘안녕’이라는 손인사 포즈를 멈추지 않았다. 공연 중 가장 바쁜 손인사의 주인공은 바로 김희재였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1초가 무섭게 힘 가득 손을 흔드는 모습에 저절로 손인사를 하게 만들었다. 그 미소에 화답하지 않는 게 직무유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르지엘라가 생각날 디자인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검은 재킷에 군데 군데 동그란 은색 포인트 의상이었는데 동그란 포인트 속은 화려한 듯, ‘구멍’처럼 비어있었다. 말마다따 그의 ‘속살’이 보이는 의상. 공연 중 가장 과감했다. “김희재라서 더 멋지다”는 패션 관계자들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정식으로 인사부터 올리겠습니다. 부산 용호동이 낳은 스타!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군 복무한 예비역 병장 김희재입니다. 필승!” 그의 인사에 박수는 끝날 줄을 몰랐다. 부산에서의 기억이 정말 좋았다는 그는 “미스터트롯 경연뒤 다시한번 꼭 방문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부산에 왔다. 너무너무 만나뵙고 싶었다”면서 부산과의 인연을 마치 어제 다녀온 듯 상세하게 읊었다. “용호동에서 근무하면서 다시 오고 싶었는데, 경대 그니까 경성대에서 용호동으로 가서 남구 국민 체육센터 가시는데 보면 돼지 국밥 정말 맛있는 데 있어요! 아시죠!?” 그의 말에 “우와”하며 격렬한 손박수가 이어졌다. 첫날 “부산 해군에서 만기 제대한 예비역 병장”이라면서 “부산은 제2의 고향”이라고 말을 이었다.
사근사근한 김희재의 목소리는 마치 동화책 한복판으로 우리를 모은 듯 했다. 김희재를 상징하는 주홍색 정장 차림에 청아하고 아련한 목소리로 ‘꼬마인형'’나는 남자다'를 열창한 김희재의 목소리는 어느 덧 듣는 이의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태엽을 감는 주크 박스 였다면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수십번, 수백번 태엽 감는 동작을 반복 했을 지도 모른다. 그 어떤 목소리보다 자기 개성이 강하고, 발라드풍 노래서부터 외국 노래, 트로트까지 그 어떤 무대든 콘서트 무대를 뒤덮는 목소리로 더 넓은 미래를 예견하는 듯 보였다.
이날 주홍색 마스크에 각종 플래카드로 김희재를 응원하던 한 팬은 김희재를 응원하면서 휴대폰 전광판을 통해 동시에 임영웅부터 정동원까지 감정을 잇는 모습이었다. 김희재가 T자형 돌출 무대 앞에서 팬들과 눈 맞추며 이야기를 나눈 뒤 고개를 둘리려 하자 그 분위기를 감지한 임영웅이 그의 바로 뒤에 서서 기다리며 김희재와의 ‘사랑의 충돌’을 연출하기도 했다. 핼러윈을 위해 ‘일명’ 붉은 악마 머리띠와 빨간색 삼지창을 든 김희재의 ‘영혼’은 심장이나 다름없는 강력한 이미지로 무대 위에서 스스로 빛을 냈다.
빨갛게 붉은 머리띠와 그리스 신화 속 ‘포세이돈’ 같은 붉은 색의 삼지창을 든 그는 “건강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트롯맨들의 각오를 대신해서 듣고 있었다. 어느 새 객석을 꽉 메운 이들 마음 속에 모두의 눈에 보이지 않은 삼지창 빨간 자욱을 목소리로 남겼다. “희랑 감사합니다” 그의 청아한 목소리가 밤하늘의 별빛이 돼서 저 멀리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