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열려 팬들의 열띈 응원 속에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은 영탁이 노래하는 모습./김동환 기자

“영탁이 영탁했다!”

지난 3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막을 올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 첫날 공연이 끝난 뒤 각종 팬 댓글엔 “영탁이 영탁한 공연”이란 소감이 이어졌다. ‘절대음탁’ ‘탁걸리’ ‘트롯쾌남’ 등 각종 별명을 달고 다니며 ‘라이브 장인’이란 애칭도 얻은 영탁에게 팬들이 보내는 헌사는 그의 노래만큼이나 시원시원했다. 10월 마지막을 장식하는 부산의 뜨거운 밤은 열정과 흥분, 기쁨과 눈물로 뒤섞인 감흥으로 휩싸였다. 19인의 트롯맨들이 출연했던 서울 콘과는 달리 톱 6 위주의 공연으로 꾸려지지만, 서울 콘 멤버들 돌아가며 매회 특별 게스트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부산에 온 첫날은 지난 8월 21일 콘서트 연기 이후 오랜만에 콘서트를 재개한 설렘이 넘실댔다면, 둘째 날은 더욱 부산을 즐기며 분위기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첫날, 부산과의 인연을 ‘맛보기’로 보여줬다면 둘째 날은 부산사람이 된 듯 술술 풀어놓았다. 트롯맨 톱6는 1일까지 이어지는 5회 공연으로 부산 콘서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 광주로 향한다. 톱 6가 함께 선보이는 ‘날보러와요’ ‘영일만 친구’로 무대를 연 이틀간의 부산 공연을 바탕으로, 멤버들 각각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영탁이 영탁한' 부산 공연…팬 위한 개사도 ‘찐’이야

공연 중간 ‘내일은 미스터트롯’ 경연이 끝난 뒤 찍은 소감 영상 속 영탁은 ‘고민과 성찰’이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경연 뒤에도 본 영상이고, 분명 지난 서울 콘서트 당시에도 선보였는데, “가야 될 길이 먼데 이번 경연을 참가하면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이 됐다”는 그의 말은 사뭇 더 무게감 있게 들렸다. 경연 이후 정동원의 ‘짝짝쿵짝’ 장민호의 ‘읽씹안읽씹’ 고재근 ‘사랑의 카우보이’ 등 노래 작업을 하며 자작곡에 능한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였던 그였다. 노래하고 노래 만드는 일 외에는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노래 속에 파묻혀 있다던 영탁은 관객 앞에 서니 “제대로 놀아보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는 듯했다.

부산 콘서트만을 위한 곡을 준비한 것이 그가 팬에게 먼저 내건 선물이었다. “제가 너무너무 너무 사랑하는 ‘탁걸리’ 영탁이 형이 준비하는 무대입니다. 오로지 이곳 부산 콘서트에서만 들려 드리는 무대라고 합니다. 뜨거운 박수 보내주세요”라는 이찬원의 소개로 무대를 시작한 영탁. 진한 사투리 가사로 가득한 나훈아의 ‘아이라예’를 선곡해보였다.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열려 팬들의 열띈 응원 속에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은 영탁이 노래하는 모습./김동환 기자

“고마 나(안동 출신)도 경상도 아입니까. 함 놀아볼까예!” 남색 바지에 검은색 셔츠 차림인 그는 라틴 댄스 동작을 곁들이며 “몰라예 아이라예 부끄러버예”라고 차지게 콕콕 짚어가며 팬들과 눈을 마주했다. “내가 왔다 부산 아가씨”라는 그의 우렁찬 목소리가 무대를 뒤덮었다. “보고 싶다 부산 아가씨”라는 가사를 즉석에서 개사한 것이다.

“아따마 부산 아가씨들 억수로 예쁘네” 노래가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미스터트롯 선(善) 영탁은 “니가 왜 부산에서 나오노~”라며 웃음을 이끌어 낸 뒤 “이 노래는 부산 공연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노랩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함성 말고 박수~~!”라고 열렬한 박수를 유도했다.

떼창 못하는 팬들을 위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동작도 쉽게 가르쳤다. 미스터트롯 경연 작곡가 미션이 낳은 히트곡 ‘찐이야’ 무대에 앞서 엄지손가락을 들고 “여짜 여짜 여짜 여짜 네 번 치고 핫 핫. 이렇게 여짜 여짜 여짜 여짜 딱딱”이라며 함께 하는 안무를 알렸다. ‘찐이야’ 역시 ‘요즘 같이 가짜가 많은 세상에 믿을 사람 바로 당신뿐’이란 가사를 ‘믿을 사람 바로 부산 뿐’으로 바로 개사해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손가락을 뱅뱅 돌리며 콕 찍거나, 검지로 팬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는 ‘찜콕’ 포즈로 공식 팬카페 ‘영탁이 딱이야’ 등 팬들을 더 즐겁게 했던 그는 ‘추억으로 가는 당신’ ‘사내’ ‘막걸리 한잔’에 이어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에 이르기까지 진중함과 통쾌함을 오가며 ‘탁마에스트로’ 답게 리드미컬하게 무대를 지휘해나갔다. 첫날엔 영탁이 작사작곡 프로듀싱한 ‘사랑의 카우보이’ 신곡을 들고나온 고재근이 무대를 하며 영탁에 힘을 보탰고, 이튿날 고재근의 부재를 대신하려는 듯 가사 속 ‘사랑의 총알’ 포즈를 팬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3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열려 팬들의 열띈 응원 속에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은 TOP6가 노래하는 모습./김동환 기자

멤버들과 ‘천생연분’ ‘깊은 밤을 날아서’ ‘아리랑 목동’ ‘울릉도 트위스트’ 등을 합창한 영탁은 31일 핼러윈을 맞아 멤버들과 함께 핼러윈 복장으로 유령 달린 머리띠를 하고 ‘3.8짤’로 돌아와 무대를 사로잡았다. 공연 뒤 “멤버들이 기가 막히니 전 묻어갈 뿐”이라고 스스로를 한층 낮추는 모습이었지만 언제나 유쾌한 모습으로 멤버들과 어깨동무를 나누며 끈끈함을 더했다.

“제가 자주 드리는 말씀 중에 ‘언젠가 모두 만나게 됩니다’라는 게 있는데 부산에서도 우리 모두가 만나게 됐네요. 어려움 있어도, 시간이 걸려도 우린 만나게 됩니다. 만났으니까 끝날 때까지 즐겁게 즐기다 가시면 됩니다. 끝까지 소리 지르지 말고 박수! 많은 팬분이 와주셨는데 네팬 내팬 할 게 없어요. 멤버들 팬이 제 팬이고 제 팬이 멤버들 팬인 거죠. 그중에서도 군데군데, 모두 다 마음에 감고 가겠습니다.”

무대에서 꽃피우는 폭죽처럼 ‘함께하자’는 그를 향한 팬들의 박수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공연 마지막, 팬들을 향해 그는 “아프시면 안 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라며 얼굴 가득 아쉬움을 뒤로한 웃음을 애써 지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는 이내 무대 뒤로 사라졌다. “내 사람들 고마워요!”

☞이어 이찬원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