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1년 전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던 가수 장재인은 23일 일부 부정적인 악성 댓글(악플)에 대해 “왜 여전히 가한 사람이 아닌 그 길을 지나간 피해자의 잘못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장재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비난하는 이가 소수라지만 저는 그 소수에게 눈맞추고 묻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재인은 2010년 케이블채널 엠넷(Mnet)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 2를 통해 데뷔했으며, ‘INNER SPACE’ ‘서울 느와르’ 등 독특한 음색으로 사랑받아 왔다.
◇"10년 지나 고소한다면 ‘묻고 살지 왜 소란이냐’ 말할 거냐"
장재인은 “십년이 지나 사건을 꺼내고 고소를 준비한다 하면 ‘묻고 살지 대체 왜 소란이지’라고 말할 거냐”라며 “이 일은 정말 저에게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앨범과 곡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꼭 해야 하구나라는 걸 깨닫고 아무 텍스트 없이 가는 것과 설명하는 것 중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걸 택한 이유는 그 편이 위로와 용기의 힘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재인은 “잘잘못을 제대로 보라”며 “소란을 일으키면, 소란스러운 일이 내게 일어나면 그것이 수치가 되냐”고 했다.
◇ 장재인 “얘기 꺼내는 데 11년…'네 잘못 아니냐' 말해주는 이 있었다면”
장재인은 전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려 11년 전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폭력 피해 정황을 밝히지는 않았다.
장재인은 “참 오래된 앨범의 녹음을 끝낸 기념, 밤잠처럼 꾸준히 다닌 심리치료의 호전 기념! 글을 남긴다”며 “이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고 했다.
이어 “첫 발작은 17세 때였고, 18세에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사건을 계기로 극심한 불안증, 발작, 호흡곤란, 불면증, 거식폭식 등이 따라붙기 시작했다”고 했다. 장재인은 “18세에 앨범을 계획하며 내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하기로 다짐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행한 이들을 보고 힘을 얻어서였다”며 “어릴 적에, 나랑 똑같은 일 겪고도, 아님 다른 아픈 일 겪고도 딛고 일어나 멋지게 노래하는 가수들 보면서 버텼다”고 했다.
이어 “내가 그랬던 거처럼, 내가 받은 그 용기를 내가 조금만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럼 내가 겪었던 사건들도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라고 했다.
장재인은 또 다른 글에서는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진을 올리면서 “(지금 준비하는) 앨범은 그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했다. 그는 “그 이후 나는 1년이 지나 19세에 범인을 제대로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나에게 그렇게 하고 간 사람은 내 또래의 남자분이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그 아이 역시,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인해 그렇게 됐단 이야기였다”며 “이 사실이 듣기 힘들었던 이유는 ‘그렇게 그 아이 역시 피해자라면, 도대체 나는 뭐지? 내가 겪은 건 뭐지’라는 생각이 가장 가슴 무너지는 일이었다”고 했다. 장재인은 “이젠 조금 어른이 돼 그런 것의 분별력이 생겼지만 돌아보면 그때 ‘이 일이 생긴 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이가 있었다면 참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장재인은 “생각보다 많은 성 피해자들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했던 것처럼 수치심과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며 “나는 나와 같은 일을 겪은 가수를 보며 힘을 얻고 견뎠다. 혹시나 아직 두 발 붙이며 노래하는 내가 같은 일, 비슷한 일을 겪은 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 응원 댓글엔 “뿌리가 생긴 기분”
장재인은 앞서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글에 대해 응원 물결이 이어지자 “(댓글을) 다 읽었다. 너무나 노곤한 하루지만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릴 적 어른들이 쉬쉬했던 것처럼, 부끄러운 일이니 조용히 넘어가라고 했던 것처럼 나는 오늘 일을 후회할까요”라고 자문한 뒤 “나는 이제는 아닐거라 생각해요”라고 했다.
장재인은 “한순간도 주변에 솔직할 수 없었기에 뿌리 없이 둥둥 떠있는 그런 느낌을 줘서 참 아팠다”라며 “이야기를 꺼내며 친구들과 남모르게 생겼던 벽이 허물어진 것 같아 평생 감히 기대하지도 않던 뿌리가 생긴 기분”이라고 했다.]
장재인은 “혹시나 저의 소식이 불편하셨다면 미안하다”면서도 “이 같은 사건에 더 이상 수치심을 불어넣진 말아달라. 향기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에 감사하다”고 썼다.
◇다음은 장재인의 인스타그램 글 전문
비난하는 이가 소수라지만 저는 그 소수에게 눈맞추고 묻고 싶네요.
나는 내가 겪은 일을 노래로 하는 사람입니다. 내가 겪은 일을 말하는 걸 내가 업으로 삼은 사람이에요.
인생의 힘든 일이 연속일 때, ‘저 친구는 왜 피해 입은 일만 말하지?’라는 질문과 같은 마음으로 제가 제 자신에게 ‘왜 나는, 도대체 무슨 업보길래 나한텐 이런 일들만 생기지?’라고 자문 했다면 버텼을까요?
의문이 없었을까요? 왜 내겐 이런 일만 생기는지. 행복해지고 싶다고 마음 먹을 때마다 폭풍이 지나갔으니 이제 좋아질 거라 맘 먹을 때마다 무슨 일이 생기는 나에게 나는 피해만 생기는 그런 애니까 이런 일들이 생겨 하고 받아들여야 하나요?
왜 여전히 가한 사람이 아닌 그 길을 지나간 피해자의 잘못인지 묻고 싶어요. 십년이 지나 사건을 꺼내고 고소를 준비한다하면 ‘묻고 살지 대체 왜 소란이지?’라고 말하실 건가요?
이 일은 정말 저에게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앨범과 곡들을 설명하기 위해 이 이야기를 꼭 해야하구나 라는 걸 깨닫고 아무 텍스트 없이 가는 것과 설명하는 것 중 설명하고 이야기하는 걸 택한 이유는 그 편이 위로와 용기의 힘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잘잘못을 제대로 보아요. 소란을 일으키면 소란스러운 일이 내게 일어나면 그것이 수치가 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