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연극 | ‘마우스피스’

젊어서 한때 촉망받는 극작가였으나 런던에서 처절한 실패를 겪고 고향 에든버러로 돌아온 46세 여자 ‘리비’. 기능을 잃은 복지와 교육, 손찌검하는 새아빠, 의존적 엄마에 치이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17세 소년 ‘데클란’. 솔즈베리 언덕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리비를 향해 데클란이 손을 내밀면서, 연극 ‘마우스피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리비는 거칠고 직설적인 데클란의 그림에서 그 나이 적 자신의 안에도 있었을 예술의 ‘불꽃’과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고, 데클란은 멍들고 피 흘리는 자기 삶에 귀 기울여주는 리비의 따뜻함에 속절없이 기댄다. 두 사람이 내민 손의 온기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실망시켜서 미안한데, 나한테 이야기 같은 거 없어요.” 데클란의 말에 리비가 고개를 젓는다. “아냐. 누구나 자기 이야기가 있어.” 그림과 연극을 매개로 한 둘의 ‘이해’는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얽히다 단절되고, 리비가 데클란의 실제 삶에 ‘분칠’해 쓴 희곡을 무대에 올리면서 이야기는 소용돌이친다.

스코틀랜드의 젊은 작가 키이런 헐리가 쓴 드라마는 한 치도 어긋남 없이 작동하는 태엽 장치 기계처럼 정교하다. 미니멀한 무대의 잿빛 벽 위로 타자기 소리를 따라 희곡 지문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극 중 극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번지고 빨아들인다. 예술을 잠식한 돈의 논리, 사람을 옭아맨 빈부격차, 남의 삶을 베끼는 창작 윤리의 문제…. 색색의 다양한 결 위로 쌓아 올린 감정이 마침내 부딪쳐 폭발하는 클라이맥스의 절규는 연극이 끝나도 오래 메아리친다.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이번 주말(6일)까지.

오페라 | ‘레드 슈즈'

영원히 멈출 수 없는 춤. 국립오페라단이 5일 오후 3시 네이버TV(koreanationalopera/live)를 통해 생중계하는 ‘레드 슈즈’는 안데르센 동화 ‘빨간 구두’를 새로운 음악과 속도감 있는 드라마로 되살린 창작 오페라다. 어린 시절 레드 슈즈를 신고 사람들을 홀린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쫓겨났던 마담 슈즈가 어느덧 중년 여성이 되어 마을로 돌아와 원한을 푸는 이야기다.

신예 작곡가 전예은이 원작을 재해석해 대본을 쓰고 곡을 붙였다. 레드 슈즈를 신고 끝없이 춤을 추는 카렌 역은 소프라노 이윤경이 맡는다. “한번 시작된 욕망은 절대 멈출 수 없지. 너의 영롱한 붉은 눈, 불꽃처럼 자유롭게 춤추렴.”

영화 | ‘후쿠오카’

헌 책방 단골손님 ‘소담’(박소담)은 서점 주인인 ‘제문’(윤제문)에게 난데없이 후쿠오카 여행을 제안한다. 둘은 제문의 선배이자 후쿠오카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해효와 만난다. 제문과 해효는 대학시절 함께 좋아한 ‘순이’를 아직 잊지 못했다. 28년 전 앙금으로 아직까지 티격태격하는 중년 아저씨들의 다툼이 우스우면서도 씁쓸하다. 술집에 걸린 윤동주의 시는 영화 전반에 깔린 그리움의 정서와 어우러진다. 후쿠오카는 윤동주 시인이 형무소에서 복역하다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한적한 도시의 풍경과 함께 세 사람의 여행을 엿보는 듯하다. 영화의 배경은 일상적이지만 이야기는 몽환적이다. 한국어로 말하면서도 외국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귀신인지 사람인지 헷갈리는 소담의 캐릭터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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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 ‘미세스 아메리카'

1970년 비준 승인이 확실했던 미국 ‘성 평등 헌법수정안(ERA)’은 어떻게 좌절됐는가. 왓챠 ‘미세스 아메리카’는 미국 보수 진영 극우 활동가이자, ERA 반대 운동을 이끈 필리스 슐래플리의 실화를 다룬 드라마다. ERA는 ‘헌법이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미국 시민에게 동등한 법적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 당시 미국 주부들 사이에선 이 ‘평등’이 오히려 주부로서 누리는 특권(?)을 뺏을 것이란 두려움이 팽배했다. 군사·안보 전문가로 정치에 입문하고 싶었지만, 남성 정치인들에게 치여 실패한 필리스는 이를 파고든다. “ERA가 통과되면 여자들도 군대를 가야 한다”며 ERA 반대 운동을 펼친 것. 안티 페미니스트가 전하는, 그 시절 여성 운동 이야기.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공감된다.

음반 |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의 ‘아이스크림'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 난 항상 널 고를 거야/ 넌 작은 체리 한 조각/ 그저 내 곁에 있어줘.”

글로벌 초특급 대세걸끼리 만났다. K팝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 청춘스타 설리나 고메즈가 함께 부른 신곡 ‘아이스크림(Ice Cream)’이 화제다.

단순한 리듬과 경쾌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무더운 여름에 최적화된 팝 장르의 곡. 이성에 대한 호감을 아이스크림에 비유해 톡톡 튀는 멜로디로 풀어냈다. 뮤직비디오 속 블랙핑크는 아이스크림 구조물 사이로 얼굴을 차례차례 내밀며 귀엽고 상큼한 매력을 발산했다. 분홍 버스 운전석에 앉은 설리나 고메즈는 환한 미소와 여유로운 자신감을 뽐냈다. 코로나로 이들의 무대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은 3D 아바타로 대신했다. YG는 이들을 꼭 빼닮은 3D 아바타가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추는 영상을 2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