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은 일산, 제이홉은 광주, 뷔는 거창... BTS 멤버들이 자신의 고향을 자랑하는 노래 'Ma City'로 한국의 행정구역을 소개하는 사진이 'Learn! KOREAN with BTS' 교재에 실렸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문제: BTS 멤버들이 저녁을 먹어요. 음식이 어때요?

①싸다 ②비싸다 ③맛있다 ④맛없다

문제: 진(Jin)의 취미가 뭐예요?

①요리하기 ②사진 찍기 ③기타 치기

전 세계 방탄소년단(BTS) 팬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개발한 교재 ‘Learn! KOREAN with BTS’의 연습 문제들이다. 지난달 24일 출시되자마자 미국에선 판매 시작 20분 만에, 일본에선 3시간 만에 매진돼 즉시 추가 인쇄에 들어갔다. 교재를 만든 한국외대 허용 교수와 최영남 빅히트에듀 대표를 이메일로 만났다. 허용 교수는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하고 교원 자격증을 갖춘 석·박사 연구원들이 BTS 영상들을 분석하고 글로벌 아미(BTS 팬클럽)의 수요 조사를 거쳐 교재를 만들었다”고 했다. “BTS 콘텐츠를 바로바로 이해하고 싶어하는 팬들의 아쉬움을 다양한 통로로 접했어요. 그래서 교재의 구성 요소 대부분에 팬들의 의견과 수요를 반영했습니다.”(최영남 대표)

교재는 주인공 ‘보라’가 한국 곳곳을 여행하며 BTS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는 형식이다. 총 4권으로 1권은 서울, 2권은 경기·강원·충청, 3권은 전라·제주, 4권은 경상도로 나뉘었다. 서울에서는 멤버 RM이 좋아하는 한강공원을 소개하고, BTS 멤버들이 자신의 고향을 자랑하는 노래 ‘Ma City’로 한국의 행정구역을 공부한다.

'Learn! KOREAN with BTS' 교재를 개발한 허용 한국외대 교수.

교재 집필 기간은 1년. 허용 교수는 “우리 연구원들이 농반진반으로 ‘환청이 들리는 것 같다’고 하더라”면서 “6개월 동안 BTS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면서 예문을 찾았고 언어 교재의 소재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토의했다”고 말했다. “BTS가 쓰는 일상의 대화나 재밌는 표현들을 최대한 넣고 싶었는데, 사회문화적 맥락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고급 문법이 많아 아쉬웠죠. 이런 표현들을 어떻게 초급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책에 갖다 대면 소리가 나오는 펜을 이용해 BTS의 음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해당 단어와 관련된 BTS 영상도 볼 수 있다. BTS 유튜브 공식 채널인 ‘BANGTAN TV’에 올라온 영상만 해도 1279개. 최영남 대표는 “학습 단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를 하나하나 찾아내는 데 전체 연구 개발 과정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했다. 허 교수는 “이제 연구원들이 모두 아미가 됐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위버스(BTS 팬이 사용하는 앱)를 들여다본다. 프로젝트가 다 끝났는데도 BTS 뉴스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응원한다”고 말했다.


최영남 빅히트에듀 대표와 한국어 교재 "Learn! KOREAN with BTS"


미국 미들베리대, 프랑스 파리고등사범대(ENS)등 해외 대학에서도 ‘Learn! KOREAN with BTS’를 활용한 한국어 정규 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다. 최영남 대표는 “교재 채택을 공지하자 재학 중인 팬들의 환호와 이미 졸업한 팬들의 탄식, 타 대학에 재학 중인 팬들의 부러움 담긴 댓글이 쏟아졌다”고 했다.

구성품으로 키보드에 붙일 수 있는 한국어 자판 스티커가 포함됐다. 최 대표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을 모르거나, 쌍자음에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게 쓴 댓글들을 보고 키보드 스티커를 제공하면 어떨까 했다”고 했다.

한국어 교재에는 멤버들이 팬들의 한국어 학습을 응원하기 위해 쓴 손글씨도 담겼다. 멤버 RM은 “세상의 많고 많은 언어 중 ‘한글’이라는 소리를 만나 새로운 기쁨을 얻을 아미들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많은 방편들 중 소중한 일부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