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은 인종·문화적으로 이민자와 유색인종에 대체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한 식료품점에서 총기를 난사, 10명을 숨지게 한 페이턴 젠드론(18)이 범행 전 인터넷에 남긴 180쪽 분량 선언문에서 언급한 ‘대전환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2011년 처음 등장해 전 세계 극단적 인종주의자들의 ‘사상적 기반’이 된 이론으로, 인종 범죄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무엇을 주장하는 이론인가.
소수 엘리트 집단의 음모로 유색인종과 이민자들에 의해 백인 인구와 문화가 대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종차별과 반(反)이민 정서, 반유대주의가 결합한 혐오 음모론이다. 프랑스의 백인 우월주의 성향 작가 르노 카뮈가 동명(同名)의 저서에서 2011년 처음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인의 인종적 우수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백인이 유색인종과 이민자들에 의한 침략의 희생자라는 믿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어떻게 확산했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프랑스24는 “특히 유럽과 미국의 극우 인종주의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정치인과 언론이 이를 언급하면서 오프라인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보수 언론사 폭스 뉴스 앵커 터커 칼슨은 “엘리트들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민자들에 의한 인구 변화를 설계하고 있다”는 주장을 옹호했다. 프랑스 대선 주자였던 극우 언론인 에릭 제무르도 공식석상에서 대전환 이론을 언급했다. 밀란 오바이디 오슬로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전환 이론은 극단주의 집단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기성 정치인들이 이와 비슷한 생각을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미 시카고대학 여론조사센터(NORC)에 따르면 미국 성인 3명 중 1명이 “이민자의 증가 때문에 미국 태생의 미국인들이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영향력을 잃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어떤 범죄로 이어졌나?
최근 몇 년간 인종주의 범죄자들은 대전환 이론을 자신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2019년 텍사스 엘 파소 월마트 매장 총기 난사로 23명을 사망케 한 패트릭 크루시어스는 범행 전 작성한 성명서에서 “히스패닉이 텍사스를 침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모스크에서 총기를 난사해 50여 명을 숨지게 한 브렌턴 테런트도 “출산율이 높은 이민자들이 백인을 대체할 것”이라는 주장이 담긴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번 뉴욕 총기 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젠드론은 이들의 범행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