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콘테

결국 바뀌었다.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부임 1년 4개월 만이다. 토트넘은 남은 시즌을 감독 대행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는 “콘테 감독이 상호 합의하에 구단을 떠났음을 알린다”고 27일 발표했다. 수석코치였던 크리스티안 스텔리니를 감독 대행으로 임명, 올 시즌(5월까지)을 마무리한 뒤 여름에 새 감독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는 지난 2021년 11월 지휘봉을 잡아 리그 8위였던 팀을 4위로 올리면서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고, 손흥민은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탄탄대로 같았던 운명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하고, 리그 4위 자리가 위태해지면서 뒤틀렸다. 토트넘은 5위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승점 2를 앞서 있는 상태지만 뉴캐슬이 2경기를 덜 치러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토트넘은 최근 5경기에서 1승 2무 2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상당수 선수가 각국 국가대표 A매치 기간으로 팀을 떠나 있어 콘테는 ‘제자’들과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떠나야 할 처지다.

경질 원인은 성적 부진뿐이 아니다. 얼마 전 콘테가 선수단과 구단 수뇌부를 저격한 게 직격타였다. 그는 지난 19일 리그 최하위 사우샘프턴과 3대3으로 비긴 뒤 “선수들은 전부 이기적이었다. 서로 도우려 하지 않았다. 책임을 지려고도 안 했다”고 자충수를 뒀다. 이어 “20년 동안 같은 회장 체제로 운영되는 동안 왜 아무것도 얻지 못했는지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거쳐갔던 감독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인가”라면서 구단에도 책임을 돌렸다.

반면 콘테 편도 있다. 토트넘은 2001년 취임한 대니얼 레비 회장 체제에서 2007~2008시즌 리그컵(카라바오컵) 우승이 정상을 달성한 전부다. 레비 회장 장기 집권 체제에서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는 풍토가 짙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이후엔 모든 감독이 1년 6개월 이상 버티지 못했다. 명장으로 꼽히는 조제 모리뉴가 1년 5개월,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5개월, 이번엔 콘테가 1년 4개월 만에 사령탑에서 내려온다.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는 최근 바이에른 뮌헨을 떠난 율리안 나겔스만, 2014~2019년 토트넘을 이끌며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일궜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