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팬들이 23일 홈 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환호하고 있다. 맨시티가 애스턴 빌라에 극적 역전승을 거두고 리그 우승을 차지하자 흥분을 가누지 못했다. 팬들은 골대가 부서지는 소란 속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쁨을 만끽했다. /AP 연합뉴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애스턴 빌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2년 연속 리그 정상에 섰다. 통산 여덟 번째 우승이다. 맨시티를 바짝 추격하던 2위 리버풀은 울버햄프턴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했지만,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터진 맨시티의 역전 골로 EPL 역사상 첫 쿼드러플(4개 대회 우승) 달성이 물거품이 됐다.

최근 3년간 EPL 우승컵을 두고 다퉜던 라이벌답게 두 팀은 올 시즌도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최종 38라운드 애스턴 빌라와 23일 홈경기를 앞두고 맨시티는 승점 90(28승6무3패)으로 2위 리버풀(27승8무2패·승점 89)에 승점 1 앞서 있었다. 애스턴 빌라에 승리하면 승점 3을 추가해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거나(승점 90) 비기면(91) 리버풀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컵의 주인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올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과 리그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EPL에서 우승할 경우 오는 29일 열리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사상 첫 쿼드러플 달성을 노릴 수 있었다.

양 팀의 운명을 걸고 23일 0시(한국 시각) 동시에 시작한 두 경기는 후반 30분까지만 해도 리버풀 우승이 유력해 보였다. 맨시티는 전반 37분 애스턴 빌라 수비수 매슈 캐시에게 선제 헤딩골을 허용하더니 후반 24분엔 미드필더 필리피 코치뉴에게 추가 골을 허용하며 0-2로 끌려갔다. 반면 리버풀은 전반 3분 울버햄프턴의 페드루 네투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24분 사디오 마네가 만회 골을 터뜨리며 1-1로 맞선 상황이었다. 리버풀에서 추가 골이 나와 승리하면 맨시티를 승점 2 차이로 누르고 우승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로프(왼쪽에서 둘째) 감독과 무함마드 살라흐(가운데)는 우승을 놓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EPA 연합뉴스

그러나 그때부터 맨시티가 거짓말 같은 6분 역전 드라마를 썼다. 후반 31분 터키계 독일인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안의 헤딩골로 1골을 만회했고, 그로부터 2분 뒤 올렉산드로 진첸코의 도움을 받아 스페인 출신 로드리고 카스탄테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가라앉아 있던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그때부터 들끓기 시작했다. 기세가 오른 맨시티는 후반 36분 극적인 역전 골로 승부를 뒤집는다.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가로챈 공격수 케빈 더 브라위너가 페널티 박스 안을 파고들어 왼쪽으로 올려준 크로스를 귄도안이 침착하게 골대 구석으로 밀어넣었다. 3-2. 경기 종료를 8분여 남겨두고 나온 역전 골이었다.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두 주먹을 하늘로 찔러대며 펄쩍펄쩍 뛰었다.

맨시티의 역전 골이 터진 직후 리버풀 홈구장 안필드에서는 때늦은 역전골이 나왔다.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가 후반 39분 2-1 리드를 가져오는 역전 골을 터뜨렸고, 경기 종료 직전엔 앤디 로버트슨이 쐐기골을 넣어 3대1로 이겼다. 하지만 맨시티가 한 점 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리버풀의 희망이 사라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2016-2017시즌 맨시티 지휘봉을 잡은 뒤 여섯 시즌 동안 팀을 네 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다. 리버풀에 우승을 내준 2019-2020 시즌과 부임 첫해를 빼면 모두 정상을 맛봤다. 그는 “우리는 전설이다. 다섯 해 동안 네 번이나 우승할 수 있었던 건 너무나 특별한 선수들 덕분”이라며 “우리는 기억될 것이다. 리버풀처럼 엄청난 팀이 라이벌이었기에 더 대단한 업적이다. 그들이 우리를 더 나은 팀이 되게 해줬다”고 했다. 위르겐 클로프 리버풀 감독은 “열심히 했지만 한발 모자랐다. 그러나 리그 우승만이 한 시즌의 모든 걸 결정짓지 않는다. 난 리버풀 모두가 함께해서 만든 올 시즌이 자랑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