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 명문 구단들만 참여하는 유러피언 수퍼리그(ESL) 출범이 현실화하면서 전 세계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손흥민(29)이 속한 토트넘을 포함해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아스널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빅 6′와 레알 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는 19일 “새로운 리그를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초대 회장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마드리드 회장이 맡는다. 유럽 5대 주요 리그 중 독일, 프랑스에선 아직 공식적으로 참가 의사를 밝힌 팀이 없다.

손흥민(29·토트넘)이 지난 17일 에버턴과 벌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는 모습./AFP 연합뉴스

◇새 리그 창설 이유는 역시 ‘돈’

ESL은 조만간 3팀을 더 합류시켜 15팀을 ‘고정 멤버'로 삼고, 여기에 5개 구단을 초청해 20팀으로 리그를 꾸려갈 예정이다. 20팀은 10팀씩 두 조로 나뉘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하며, 상위 8팀이 토너먼트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기존 국가별 리그엔 계속 참여하되, 일정이 겹치지 않는 주중에 ESL 경기를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식 출범 시기는 이르면 2022-2023시즌이 될 전망이다.

12개 구단이 성명에서 “코로나 이후 유럽 축구 불안정성이 커졌고 전략·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힌 대로 ESL 출범의 배경은 ‘돈’이다. 빅클럽끼리 모인 리그를 만들면 중계권료와 스폰서 수입 등이 기존보다 훨씬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 JP모건은 ESL에 46억파운드(약 7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ESL 창립 구단은 3억5000만유로(약 4690억원)의 수익을 보장받는다고 알려졌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거둔 전체 수입(8200만유로·약 1100억원)의 4배가 넘는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 나와

ESL이 출범 계획을 공식 발표하자 UEFA는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축구협회, 프로리그 사무국과 함께 “구단 간 협력이 중요한 시기에 일부 구단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게 축구다. 힘을 합쳐 사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ESL 출범을 막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또 “ESL 참가 구단과 선수는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국가 대항전인 유럽선수권(유로)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도 “ESL 출범은 약 70년간 이어진 유럽 축구 클럽 역사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역시 ESL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ESL은 각국 리그와 축구 팬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ESL은 연대와 스포츠 가치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손흥민, 월드컵 뛸 수 있나

국내 팬들은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이 내년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한다. FIFA는 지난 1월 AFC(아시아축구연맹) 등 각 대륙 연맹과 함께 “ESL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선수는 AFC(아시아축구연맹)와 FIFA에 등록한다. FIFA가 승인하지 않은 리그에 참여할 경우 FIFA 주관 대회에 뛰지 못하는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아직 ESL과 관련한 FIFA 공문을 받지는 않았다”면서 “그러나 FIFA가 ESL 참가 선수의 월드컵 출전 금지를 결정할 경우 FIFA에 가입한 우리 협회로선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