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 8회초 1사 1,2루 때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뉴시스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안타, 첫 타점을 서울에서 신고했다. ‘7억달러 사나이’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30)는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2024 시즌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치렀다. 고척돔을 가득 메운 한국 야구 팬들 앞에서 이적 후 첫 경기를 가졌다. 1만6700석 규모 경기장은 한국 땅에서 벌어지는 첫 MLB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야구 팬들로 가득 찼다. 상대 파드리스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29)이 뛰는 팀이라 더 이목이 집중됐다.

LA 에인절스에서 뛰던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7억달러(약 9383억원)에 계약을 맺고 둥지를 옮겼다. 이번 경기는 MLB가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한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 오타니는 앞서 한국 프로야구 키움과 젊은 선수를 주축으로 이뤄진 국가 대표팀 ‘팀 코리아’와 가진 두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하면서 다소 실망감을 안겼으나 이날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했다.

그는 2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 1회 첫 타석에서 선행 주자가 2루에서 아웃되는 사이 땅볼로 출루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일본 출신 메이저리거 선배 다르빗슈 유(38)를 상대로 깔끔한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그는 곧바로 2루까지 훔쳤다. 이때 유격수로 수비 중이던 김하성에게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입모양도 포착됐다. 4-2로 앞서던 8회 마지막 타석에선 타점까지 올렸다. 1사 1·2루에서 상대 투수 아드리안 모레혼의 초구 싱커를 받아쳐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려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였다. 다저스는 5대2로 승리했다.

다만 오타니는 8회 적시타 후 1루에 있다가 프레디 프리먼이 우익수 뜬공을 쳤을 때 안타인 줄 알고 2루를 넘어 3루로 달리다 이 공이 잡히자 황급히 귀루했으나 그 과정에서 2루를 밟지 않아 아웃으로 판정됐다. 경기장에는 오타니 아내 다나카 마미코(28)를 비롯해 가족들이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관중석에 앉아 그를 응원했다.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4.3.20/연합뉴스

3년 반 만에 ‘친정’ 고척돔으로 돌아온 김하성은 팬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고척돔은 김하성이 2020년까지 뛰었던 키움 홈 구장이다. 5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그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돔 구장이 환호로 가득찼다. 김하성은 헬멧을 벗어 화답했고, 팬들은 그의 키움 시절 응원가를 열창했다. 그에 반해 김하성 방망이는 이날 아쉬웠다. 3타수 무안타 1볼넷. 하지만 4회 초 2사 후 투수 맞고 굴절된 내야 안타성 타구를 잡아 아웃을 만들어 냈을 땐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골드 글러브 수상자 명성에 걸맞은 호수비였다.

파드리스는 선발 다르빗슈가 3과 3분의 2이닝 2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물러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3회와 4회 1점씩을 뽑아 2-1로 앞서나가다가 8회 다저스에 4점을 헌납하며 무릎을 꿇었다. 다저스는 제이슨 헤이워드의 희생 플라이와 상대 실책, 무키 베츠와 오타니의 연속 적시타로 승부를 한 번에 뒤집었다.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도 5이닝 2피안타 4볼넷 2실점으로 1선발투수로서 기대엔 못 미쳤지만 이후 불펜 투수 4명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역전승을 챙겼다.

21일 2차전에는 다저스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파드리스 조 머스그로브가 선발 투수 맞대결을 펼친다.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LG에서 파드리스로 이적한 고우석은 개막전 26인 엔트리에 승선하지 못했다. 그는 시범 경기에서 부진했고, 한국에 와서도 LG와 평가전에서 홈런 포함, 2안타를 맞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고우석은 올 시즌을 파드리스 산하 트리플A 팀에서 시작한다. 고우석은 지난 1월 파드리스와 2+1년 최대 94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2025년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포함했지만, 올 시즌에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