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시작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은 ‘야구 월드컵’으로 불린다. 세계 최고의 야구 무대로 여겨지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대회로 현역 MLB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다.

2023 WBC에도 수많은 ‘야구 전설’들이 각자의 국기를 가슴에 품고 나선다. 이번 WBC 출전 선수 600명 가운데 186명이 현역 빅리거다. MLB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선수도 7명에 이른다.

◇'야구 천재’ 日 오타니, WBC에서도 투타 겸업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일본의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다. 그는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투타(投打) 겸업’을 소화하며 2021시즌에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AL) MVP를 받았다. 2017 WBC 당시 대표팀 명단엔 들었지만 발목 부상으로 낙마해 처음으로 WBC 무대를 밟게 됐다.

오타니 쇼헤이

지난 시즌 146년의 MLB 역사상 최초로 투수 규정 이닝(162이닝)과 타자 규정 타석(502타석)을 모두 채운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도 투타 겸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투타 겸업을 하고 싶다기보단, ‘그게 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타니는 지난 6일 일본 오사카시 교세라돔에서 열린 NPB(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의 평가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을 날리며 예열을 마쳤다. 9일 중국전에 선발 투수로 출격한 뒤 10일 한국전엔 지명타자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09년 WBC 우승에 앞장선 우완 투수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사실상 마지막 WBC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2013시즌 AL 탈삼진왕에 오르고 올스타에 5회 선정된 그는 한국전 선발이 유력하다.

◇야구 종주국 美 주장 트라우트

직전 대회 우승국인 미국은 선수단 합계 연봉이 5000억원에 육박하는 막강한 군단을 꾸렸다. 미국은 2회 연속 우승을 통해 ‘야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야구의 인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마이크 트라우트

미국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선수는 2011년 LA에인절스에서 데뷔해 12년 동안 활약한 MLB의 간판스타 마이크 트라우트(32)다. 트라우트도 첫 WBC 출전이다. 오타니의 동료이기도 한 그는 MLB 통산 350홈런을 때렸고, AL 신인왕(2012), AL MVP 3회(2014, 2016, 2019) 수상에 빛난다.

이외에도 2018 AL MVP 출신인 무키 베츠(31·LA다저스), 2022 내셔널리그(NL) MVP 수상자인 폴 골드슈밋(3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무대를 달군다. 한국 프로야구 SK(現 SSG)에서 뛰다가 MLB에 자리 잡는 ‘역수출 신화’를 쓴 메릴 켈리(35·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도 있다.

◇베네수엘라 카브레라, WBC ‘개근’

베네수엘라의 미겔 카브레라(40·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23세이던 2006 대회부터 34세이던 2017 제4회 WBC까지 빠짐없이 출격했다. 그리고 불혹의 나이에 마지막이 될 WBC에서 불꽃을 태운다. 그는 2012년에 45년 만의 타격 부문 트리플크라운(타율·타점·홈런 1위)을 달성하며 AL MVP를 거머쥐었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507홈런과 3088안타를 기록해 ‘500홈런-3000안타 클럽’에 가입한 역대 일곱 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