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럽 드레슬이 지난 31일 남자 접영 100m 결선에서 역영하고 있다. 그는 49초45의 세계신기록으로 1위를 했다. 자신이 2019 광주 세계선수권에서 세웠던 종전 기록(49초50)을 0.05초 앞당겼다. 드레슬은 도쿄올림픽 5관왕에 오르며 2016 리우 대회(금 2개)를 포함해 통산 올림픽 금메달 7개를 따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최다관왕을 예약한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25)은 수영을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보인다. 191㎝의 큰 키에 88kg의 근육질 몸매, 큰 손발, 빠른 반응 속도까지. 단거리 종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신체 조건을 갖춘 그는 1일 오전 일본 도쿄 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50m에서 올림픽 신기록(21초07)으로 우승했다. 한 시간 뒤에 열린 혼계영 400m(4명이 배영-평영-접영-자유형 순으로 100m씩 릴레이)에선 세 번째 접영자로 나서 팀이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며 대회 5번째 금메달을 걸었다. 2016 리우 대회(금 2개)를 포함하면 올림픽 통산 금 7개를 거뒀다.

도쿄올림픽은 새‘수영 황제’의 대관식이었다. 미국의 케일럽 드레슬이 수영 5관왕에 오르며 대회 최다관왕을 예약했다. 그는 자유형 50m와 100m에서 올림픽 신기록, 접영 100m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현 세계 최강의 스프린터임을 입증했다. 사진은 1일 열린 남자 혼계영 400m에 미국팀의 세 번째 릴레이 선수(접영)로 출전했던 그가 우승(세계 신기록) 순간 포효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드레슬은 올림픽 사상 최다관왕(23개)인 미국의 마이클 펠프스가 리우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이후 새롭게 ‘수영 황제’로 떠오른 스프린터다. 2017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7관왕, 2019 광주 세계선수권 6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푸른색 반다나(햇빛을 가리거나 장식용으로 머리·목에 두르는 얇은 천)를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젖소 문양이 들어간 이 천을 손에 감거나 어깨에 두르고 입장한다. 레이스를 하기 전에 잠시 벗어 놨다가 시상식 때 메달 리본에 묶거나 손에 감는다. 그가 이 천에 입을 맞추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드레슬에게 부적 같은 이 천은 그가 “인생 선생님”이라 말하는 고교 은사의 유품이다.

드레슬은 모교인 플로리다주 클레이 고교를 다닐 때 수학을 가르쳤던 클레이 매쿨과 사제 인연을 맺었다. 수영 영재로 각광받던 드레슬은 고교 졸업반 때 비염 수술을 받고 극심한 부진에 빠진 적이 있다. 발전 속도가 자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혼란에 빠졌다. 6개월가량 아예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수영 엘리트 선수라는 경력을 이어가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 때 매쿨이 드레슬의 멘토 역할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슬은 “선생님은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우리 이야기는 비밀로 간직하고 싶다”며 지금까지도 자세한 내막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매쿨은 드레슬뿐 아니라 다른 많은 학생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드레슬은 슬럼프를 극복하고 화려하게 복귀한 이후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2016년 한 대학 대회에 나갔을 땐 뺨에 ‘매쿨(McCool)’이라는 글자를 펜으로 적고 나가 우승했다. 드레슬은 이후 전국적 주목을 받으며 상승세를 탔고, 같은 해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매쿨이 유방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고 있던 시기였다. 드레슬은 병마와 싸우는 선생님을 위해 유방암 퇴치 캠페인의 상징인 ‘핑크 리본’을 뺨에 그리고, 선생님의 회복을 기원하면서 성경 구절을 볼에 쓰기도 했다.

매쿨은 2017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남편은 딸들에게 어머니의 반다나를 나눠 주면서, 드레슬에게도 한 장을 전했다. 아내와 제자의 특별한 유대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레슬은 자신의 소유물 중 이 반다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도 파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반다나를 왼 손목에 두른 채 시상대에 올랐다. 그는 “선생님은 제가 아는 가장 강한 여성이었다. 선생님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레슬은 지난 2월 고교 시설 수영팀 동료였던 메건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파란색 반다나를 손에 감고 시상대에 오른 드레슬. /AP 연합뉴스

드레슬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왼팔에 새긴 화려한 문신이다. 지난 수년간 조금씩 추가해 온 것이다. 왼쪽 어깨 부분엔 용기와 집중력을 의미하는 독수리를 새겼다. 그 아래엔 포효하는 곰을 그렸다. 내면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동물로 곰을 선택한 것이다. 왼팔 안쪽에는 모교 플로리다대 풋볼팀의 상징인 악어 머리 부분을 새겼고, 고향 플로리다의 대표적 과일인 오렌지(꽃 포함)를 그렸다. 미국 성조기도 있다. 문신은 단색이 아니라 오렌지색과 붉은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깔로 장식되어 있다. 오른팔 안쪽엔 올림피언답게 큼지막한 오륜기를 새겼다. “당분간 문신을 더 그려 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