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 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종목에 출전했던 여홍철(왼쪽)과 2021 도쿄올림픽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신재환의 모습. /조선DB, 뉴시스

“아, 부럽습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샛별’ 신재환(23·제천시청)이 금메달을 확정 짓자 해설위원으로 이를 지켜보던 ‘전설’ 여홍철(50)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든 기술 ‘여2’를 올림픽 무대에서 선보인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됴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783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데니스 아블랴진과 평균 점수가 같았지만 타이브레이커 규정에 의해 신재환이 금메달의 주인이 됐다.

이날 KBS 해설위원으로 경기 중계에 나섰던 여홍철은 한국 남자 도마의 올림픽 명맥이 이어지는 순간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정말 부럽다. 내가 따지 못한 금메달을 따서 정말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너무 부럽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만든 기술 여홍철2로 금메달을 따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2일 일본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신재환이 2차 연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홍철이 고마움을 전하며 언급한 여2는 신재환이 2차 시기에서 선보인 난도 5.6의 고난이도 기술이다. 정면 도움닫기 후 공중에서 두 바퀴 반(900도)을 비틀고 착지해야 한다. 신재환은 이날 여2를 성공하며 14.833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앞서 지난달 24일 예선에서도 같은 기술로 14.633점을 얻었고 전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여2는 1994년 여홍철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 당시 그는 애틀랜타 대회에서 이 기술을 무기로 금메달을 노렸지만 착지 실수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신재환의 활약을 본 여홍철의 솔직한 반응은, 후배를 향한 기특함과 그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신재환은 이날 한국 체조 역대 11번째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금메달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1위를 한 양학선(29·수원시청) 이후로 처음이다. 한국 체조 첫 메달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딴 동메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