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양의지가 29일 일본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의 조별리그 1차전 10회말 2사에 만루에서 몸에 스치는 공으로 걸어나간뒤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야구가 이스라엘에 연장 접전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대회 2연패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9일 요코하마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스라엘을 6대5로 물리쳤다. 한국은 오지환이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이정후와 김현수가 7회 백투백 홈런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연장 10회말 2사 만루에서 양의지가 밀어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한국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4년 전 고척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이스라엘에 당한 1대2 패배도 깨끗이 설욕했다.

한국은 삼성의 원태인이 선발 마운드에 섰다. 원태인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투수다. 전반기를 10승 4패, 평균자책점 2.54로 마쳤다.

원태인은 1회초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상쾌하게 출발했다. 이스라엘은 1회말 선발 존 모스콧이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은 뒤 몸에 이상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스라엘은 좌완 제이크 피시먼을 교체로 올렸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우투수 모스콧을 대비해 좌타자 7명을 타선에 배치했다. 하지만 좌완 피시먼이 올라오면서 계획이 꼬였다. 한국은 2회말까지 안타 3개를 쳤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원태인은 3회초 1사 2루에서 이스라엘의 1번 타자 이언 킨슬러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킨슬러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14시즌 활약하며 257홈런 909타점을 올린 강타자다. 그는 원태인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담장을 훌쩍 넘겼다.

한국은 좌투수 피시먼을 좀처럼 공략하지 못했다. 3회말 박해민이 선두 타자로 출루했지만, 이정후가 병살타를 쳤다. 김현수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무득점에 그쳤다.

김경문 감독은 4회초 원태인이 선두 타자 블레이크 게일런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두산의 사이드암 최원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원준을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4회말에도 강백호와 오재일이 연이어 아웃으로 물러나며 이대로 이닝을 마감하는 듯 했다. 하지만 강민호가 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양의지가 29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열리는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 승부치기에서 몸에 맞는 볼로 승리하자 1루로 걸어가면서 기뻐하고 있다. 2020.07.29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다음 타자 오지환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2-2 동점을 만드는 투런 홈런이었다. 오지환의 성인 대표 첫 홈런이자 타점이었다.

오지환은 올림픽을 앞둔 훈련 기간 둘째 아이를 얻었다. 김 감독은 “오지환이 출산 후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정말 이 악물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LG 트윈스와의 평가전에서 수비를 하던 중 상대 주자의 스파이크에 왼쪽 목 근처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5바늘을 꿰맨 뒤 다음날 키움과의 평가전에 출전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의지를 불태웠던 오지환은 이날 투런 홈런으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최원준은 5회초에도 호투를 이어갔다. 삼진 하나와 땅볼 두 개로 간단히 이닝을 끝냈다.

한국은 5회말 볼넷 두 개로 2사 1·2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강민호가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잘 던지던 최원준은 6회초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2사 1루에서 라이언 라반웨이가 2점 아치를 그리며 이스라엘이 4-2로 앞섰다. 라반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10시즌 동안 뛴 포수다.

한국은 6회말 오지환의 볼넷과 도루로 1사 2루 기회를 잡았다. 김혜성 타석에서 양의지가 대타로 나왔지만, 땅볼로 물러났다. 2사 3루에 박해민이 타석에 등장했다. 하지만 삼진으로 물러나며 점수를 얻지 못했다.

7회말 선두타자 이정후가 중월 솔로포를 치는 모습. / 요코하마=최문영 스포츠조선기자

한국은 7회말 선두타자 이정후가 호투 중이던 잭 와이즈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며 4-3까지 추격했다. 이어 나온 김현수가 백투백 홈런으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이어 2사 2루에서 오지환이 2루타로 오재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한국이 5-4로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오지환은 3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으로 4출루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7회초 마운드에 오른 조상우를 8회초에도 올렸다. 조상우는 삼자 범퇴로 이닝을 끝냈다.

5-4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초 김경문 감독은 ‘끝판 대장' 오승환을 마무리로 올렸다. 오승환은 게일런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는 이날 홈런을 친 라반웨이. 오승환은 라반웨이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했다. 5-5 동점이 됐다.

한국은 9회말 1사 후 강백호가 볼넷을 골라 나갔다. 하지만 포수가 공을 흘리는 사이 2루로 뛰다 아웃됐다. 오재일이 1루 땅볼·을 치며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갔다.

연장은 승부치기로 진행됐다. 무사 1·2루 찬스가 미리 주어진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10회초에 나섰다.

오승환은 이스라엘 첫 타자인 글래서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다음 타자인 버첨도 삼진으로 잡았다. 무사 1·2루 위기를 2사로 바꿔놓은 오승환의 다음 상대는 이날 선제 투런 홈런을 친 킨슬러. 오승환은 킨슬러까지 삼진으로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이닝을 끝냈다.

한국은 10회말 황재균이 선두 타자로 나섰다. 황재균이 번트를 잘 대며 1사 2·3루가 됐다. 하지만 오지환이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2사 2·3루. 다음 타자인 허경민이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며 한국은 만루 찬스를 맞았다.

결국 양의지에게 기회가 왔다. 양의지는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며 3루 주자 박건우가 홈을 밟았다. 한국이 진땀나는 승리를 거두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