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쇼트트랙이 한국 선수단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세 번째 메달을 안겼다.

최민정(24·성남시청)은 11일 밤 열린 여자 1000m 결승(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1분28초443의 기록으로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1분28초391)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은 지난 9일 황대헌(23·강원도청)의 남자 1500m 금메달 이후 쇼트트랙에서 두 번째 메달을 획득했다.

최민정은 4위로 달리다가 결승선까지 2바퀴를 남겨 놓고 특유의 ‘바깥돌기’로 추월에 나섰다. 그는 2명의 선수를 제치며 2위까지 올라섰다. 최민정은 결승선 앞에서 인코스를 공략, 날 들이밀기로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 기록상으로는 0.052초 차이였다.

최민정이 11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미터 결승에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모습./연합뉴스

최민정의 세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최민정은 4년 전 첫 올림픽 무대인 평창 대회에서 2관왕(1500m, 3000m계주)에 오르면서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가 됐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지난 7일 500m 준준결승에서 결승선 2바퀴를 남겨 놓고 2위로 달리던 중 넘어져 울먹였다. 최민정은 지난 9일 3000m 계주에서 최종 주자로 나서 결승 진출을 이끌며 분위기를 바꿨다. 마지막 바퀴에서 ‘바깥돌기로’로 3위에서 2위로 올라서는 호쾌한 레이스였다. 최민정은 지난 10일 훈련을 마치고 “황대헌의 첫 금메달이 나왔는데 좋은 흐름을 잘 이어가야 한다”며 “500m 결과가 아쉽지만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한 번 넘어졌다고 그간 준비했던 게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각오를 다졌다.

11일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미터 결승에 출전한 최민정이 은메달을 차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2.11/연합뉴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몸과 마음 모두 아픔을 겪었다. 부상이 잦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고, 대회도 나갈 수 없었다. 그래도 웨이트 트레이닝, 사이클 등 지상 훈련을 하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작년 10월엔 심석희(25·서울시청)가 최민정을 욕하는 스마트폰 메시지가 공개돼 마음고생을 했다. 그 직후 나간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1차 대회에선 경기 도중 두 차례 상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져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2차 대회에 나가지 않고 조기 귀국해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회복한 최민정은 곧바로 월드컵에 나섰다. 작년 11월 3차 대회 10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4차 대회 같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걸며 부활했다. 그는 작년 말 본지와 만나 “쇼트트랙 선수면 이 정도 부상은 다 갖고 있다”며 “월드컵 마지막 대회 성적이 좋으니 올림픽도 잘할 것”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한편, 황대헌은 이날 500m 예선을 2위로 통과하면서 준준결승 진출했다. 반면, 이준서(22·한국체대)는 실격을 받고 탈락했다. 황대헌과 이준서, 곽윤기(33·고양시청), 김동욱(29·스포츠토토)이 나선 남자팀도 5000m 계주 결승에 올랐다. 황대헌은 3관왕은 노릴 수 있게 됐다.

한편, 중국 남자팀은 계주 준결승 레이스 과정에서 반칙 없이 캐나다팀과 스케이트날끼리 부딪혀 넘어져 4개 팀 중 가장 마지막에 들어왔는데도 심판의 구제를 받아 결승에 진출했다. 다시 한번 홈팀 편파 판정이 나온 것이다. 한국은 16일 남자 계주 결승에서 캐나다, 이탈리아,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 중국과 메달을 놓고 경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