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전설을 쓰고 신화를 완성한다. 4일 개막한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선 각 종목 역대 최고로 군림해 온 선수들이 다시 한번 정상 석권을 노린다.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 올림픽에 나선 챔피언들과 4년 전 평창에서 활약을 펼쳐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띈다.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중 종목 불문 ‘가장 성공한 선수’를 꼽으라면 숀 화이트(36·미국)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데뷔 초인 2006년 붉은 머리 때문에 ‘플라잉 토마토’란 별명을 얻었던 화이트는 어느덧 은퇴를 앞둔 삼십대 중반이 됐다. 선수 생활만큼이나 자신의 명성을 앞세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사업에 집중하는 그는 지난달 미국 매체 롤링스톤과 인터뷰에서 “보드를 타는 것이 내 몸을 점점 더 혹사하고 있다. 또한 가정 생활이 내게 매력적”이라며 은퇴를 암시했다.

뉴욕포스트는 “화이트가 자신의 레거시(legacy)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올림픽 무대로 복귀했다”고 했다.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2018 평창 대회 하프파이프에서 곡예에 가까운 공중회전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화이트는 자신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 될 베이징 대회에서 네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화이트는 작년 말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했다. 심장 질환을 갖고 태어난 화이트에게 치명적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그는 지난달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며 베이징 입상 전망을 밝혔다. 그는 “29년 동안, 프로 선수로는 23년간 스노보드를 탔다”며 “스노보드 종목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도록 내가 도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평창에서 스노보드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됐던 클로이 김(22·미국)은 스노보드를 내려놓고 대학에 입학했다가 2년 만에 선수로 복귀했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스타덤에 올랐으나 동시에 인종차별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던 그는 평창에서 불과 1000㎞가량 떨어진 베이징 무대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스피드스케이팅 스타 스벤 크라머르(36·네덜란드)는 역대 남자 스케이트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토리노부터 평창까지 네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 9개(금4·은2·동3)를 획득했다. 어린 딸을 안아줄 수 없을 정도로 허리 통증에 시달렸던 그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지난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베이징에서 두 자릿수 메달에 도전하는데, 특히 5000m에서 우승하면 이 종목 4연패의 주인공이 된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제 이레인 뷔스트(36·네덜란드)도 마지막 올림픽에 나서는 전설적인 선수다. 뷔스트는 토리노부터 평창까지 4개 대회에 나서 메달 11개(금5·은5·동1)를 쓸어담았다. 그가 만약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5개 대회 금메달이란 대기록을 쓰게 된다.

네덜란드가 스케이팅 강국이라면 썰매 강국으로는 독일이 꼽힌다. 독일은 특히 루지 종목에서 최근 세 번의 올림픽 금메달 11개 중 9개를 가져갔다. 나탈리 가이젠베르거(34)가 그 주역이다. 소치와 평창에서 각각 2관왕에 올랐던 가이젠베르거는 3개 대회 연속 2관왕 기록에 도전장을 던졌다. 봅슬레이에선 평창에서 남자 2인승·4인승을 석권한 최강자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32·독일)가 팀을 이끌고 금 사냥에 나선다.

그밖에 올림픽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스키 종목 간판 미케일라 시프린(27·미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공인·비공인 세계 최고점 기록 보유자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도 주목받는 스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