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나 보다. 모습이 시나브로 시야에 들어온다. 득점자 명부에서 사라진 듯했던 해리 케인(28·토트넘 홋스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움직임에 활기를 띠면서 빼어난 득점 감각을 서서히 되찾아 가고 있음이 엿보인다.

벗인 손흥민은 반갑기만 하다. “친구는 옛 친구가 좋고 옷은 새 옷이 좋다.”라고 하지 않던가. 2015-2016시즌부터 7시즌째 손발을 맞춰 온 지기(知己)가 켠 기지개에 절로 웃음꽃이 핀다. ‘영혼의 짝꿍’과 다시 펼쳐 나갈 환상의 플레이가 눈앞에 그려진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웃음 짓는다. 나락에 떨어진 토트넘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을 짊어진 콘테 감독으로선 고대할 수밖에 없었던 케인의 부활이기 때문이다. “케인이 되살아나 손흥민과 함께 공격 선봉에 설 때, 토트넘이 반등할 수 있다.”라고 시나리오를 짰던 콘테 감독이다.

3경기 연속 골 케인, 깊은 침묵의 늪에서 벗어나 기지개 켜

해리 케인이 골맛을 되찾았다. 완연하게 기세를 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12월 19일(이하 현지 시각) 홈 리버풀전(2-2 무)을 시작으로, 26일 홈 크리스털 팰리스전(3-0 승)과 28일 어웨이 사우샘프턴전(1-1 무)까지 줄기차게 득점포를 가동했다. 리버풀전에선 선제골을,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선 선제 결승골을, 사우샘프턴전에선 동점골을 각각 넣었다.PL에서, 62일 동안 골과 인연이 끊겼던 케인이었다. 지난 10월 17일 어웨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전(3-2 승)에서, 케인은 2021-2022시즌 첫 골을 낚은 뒤 깊은 골 침묵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 득점조차도 8월 22일 어웨이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전(1-0 승)에서 이번 시즌 처음 모습을 보인 이래 6경기 56일 만에 맛본 첫 골이었다. 그만큼 케인은 이번 시즌 들어와 침체의 수렁에 빠져 허덕였다.

지난 시즌과 대비하면 케인이 보인 부진의 정도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단숨에 드러난다. 2020-2021시즌에, 케인은 득점왕(23골)과 어시스트왕(14개)에 모두 등극하며 PL 천하를 호령한 바 있다.케인은 지난 3경기에서 잇달아 골을 터뜨린 데 힘입어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도전에 힘을 얻었다. 2014-2015시즌 34경기에서 21골을 기록한 이래 단 한 번도 한 자릿수로 내려간 적이 없을 만큼 뛰어난 득점력을 뽐내 왔던 그였다.

케인은 아울러 득점 레이스에서도 뒷심을 나타낼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중반을 지나고 있는 PL에서, 공동 18위군(5골)에 한 골 차일 뿐이다. 공동 15위군(6골)과 공동 8위군(7골)과도 각각 두 골과 세 골 차에 지나지 않는다. 케인이 예전에 보였던 골 감각을 되찾는다면 언제라도 따라잡을 만한 간격이다.

케인이 살아나며 손흥민과 합작 골 기록 경신 탄력 받아

케인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가장 기대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PL 통산 합작 골 기록이다. 이 부문에서, 손흥민-케인 듀오는 새 금자탑 수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퍼드(첼시·당시) 콤비가 세운 기록(36골)에 단지 한 걸음만을 남겨 놓음으로써 비롯된 팬들의 기대감이 무척 높기만 한 이번 시즌이다.그런데 케인의 침체와 맞물리며 새로운 기록은 쉽사리 자락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이번 시즌에, 둘의 합작품은 단 차례 빚어졌을 뿐이다. 8라운드 뉴캐슬전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찰떡궁합’이 빚는 합작 골은 더는 연출되지 않았다. 그때 합작품은 높게 평가받았다. 단순한 하나의 합작 골을 넘어서서 7개월 10일간 18경기에 걸쳤던 기나긴 침묵을 비로소 깼기 때문이었다. 토트넘 팬들이 “2020-2021시즌 27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을 끝으로 시작된 합작 무득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귀중한 첫 합심 작품이었다.”라며 반긴 배경이기도 했다.

이제 희망의 빛이 어둠을 걷어 내고 찾아드는 듯하다. 이미 기미는 느껴지고 있다. 사우샘프턴전에서도 한 차례 연출되는 양 싶었다. 전반 중반 케인의 전진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문전을 파고들며 날린 중거리슛 연계 플레이는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비록 사우샘프턴 GK 프레이저 포스터의 선방에 걸렸지만, 듀오의 멋들어진 합작 골 재현을 예감케 하는 장면이었다.

콘테 감독은 사령탑 취임 이래 줄곧 케인이 골 침묵에서 깨어나길 애타게 기다려 왔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처럼, 팀의 운명을 오로지 손흥민이 짊어지도록 하면 자칫 둘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다. 손흥민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하던 팀 득점은 케인이 살아나면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번 시즌에, 케인이 두 번째 골맛을 본 리버풀전에 앞서 토트넘 팀 득점(16골)의 37.5%(6골)를 홀로 책임졌던 손흥민이었다. 그때까지 한 골만을 넣은 케인을 합쳐도 팀 득점의 43.8%였다. 지난 시즌에 보인 팀 전체 득점(68골)의 58.8%(40골)에 크게 못 미쳤다. 그렇지만 이제 손흥민과 케인이 차지하는 팀 득점 비중은 54.5%까지 올라갔다.손흥민과 케인의 진정한 가치는 하나가 됐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둘이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는 토트넘 전력 상승과 성적 극대화의 주춧돌이 됐음은 그동안 충분히 입증됐다. 케인이 오랫동안 빠졌던 골 침묵 늪에서 벗어나면서, 손흥민은 지닌 힘을 마음껏 분출할 힘을 받았다.

손흥민과 케인, 토트넘이 자랑하는 두 창이 다시 어우러져 맹위를 떨칠 그 날이 다가왔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