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 앨버트 푸홀스가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됐다. 2019년 6월 23일(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뒤 친정팀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A 에인절스 구단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각)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아트 모레노 구단주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앨버트 푸홀스를 지명할당조치했다'고 발표했다. 푸홀스를 원한다면 약간의 대가만 지불하고 데려가라고 공시한 것이다. 푸홀스는 오는 14일까지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FA가 된다.

LA 에인절스의 홈인 에인절스타디움 중앙 펜스에 설치된 푸홀스의 통산 홈런수 알림판. 그는 지난달 27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시즌 5호, 통산 667홈런을 날린 뒤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연봉 3000만달러를 받는 41세의 한물간 타자를 데려갈 팀은 없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 그와 11년간 함께 했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토니 라루사 감독도 "아쉽지만 우리 팀엔 자리가 없다"고 했을 정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푸홀스의 방출 결정은 양측 합의로 이뤄졌다. 지난 6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이 끝난 뒤 존 카피노 사장과 페리 미나시안 단장이 푸홀스를 불러 면담하는 자리에서 제안한 옵션 중 푸홀스가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는 길을 원했다는 것이다. 카피노 사장은 ESPN 인터뷰에서 "푸홀스는 매일 1루수로 출전하길 원한다. 오로지 그 생각 뿐이다. 본인이 1루수로 뛴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LA타임즈는 '이날 탬파베이 선발이 상대 성적에서 9타수 6안타로 강한 라이언 야브로임에도 라인업에서 빠지자 화난 푸홀스가 더욱 속이 상한 것은 그 결정을 프런트가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요약하면 구단은 푸홀스를 더이상 주전으로 쓸 생각이 없어졌고 푸홀스는 이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연봉 3000만달러 선수도 구단 앞에선 철저한 '을'이다. 양측이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결국 방출. 이것이 '합의'로 포장됐다고 봐야 한다.

에인절스는 올초 스프링캠프부터 푸홀스의 거취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1루에 푸홀스 말고 신예 거포 재러드 월시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푸홀스를 지명타자로 기용할 수도 있지만, 투타 겸업 오타니 쇼헤이의 활용폭을 높이기 위해선 푸홀스를 벤치에 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즌 초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가 무릎 수술을 받아 시즌을 접는 바람에 월시가 우익수를 맡고, 푸홀스는 주전 1루수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한계가 왔다. 타율 1할대 타자를 주전으로 계속 쓸 수는 없는 노릇. 푸홀스는 방출 이전 24경기에서 타율 1할9푼8리, 5홈런, 12타점, OPS 0.622를 올리는데 그쳤다.

푸홀스는 통산 667홈런, 2112타점, 3252안타를 기록 중이다. 역대 홈런 5위, 타점 3위, 안타 14위에 올라 있다. 3차례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했고, 2번의 골드글러브, 6번의 실버슬러거, 10번의 올스타 등 지난 20년 간 최고의 메이저리거로 군림했다. 그러나 최근 5년 연속 타율이 리그 평균을 밑돌았고, 간혹 터뜨리는 홈런도 영양가가 떨어졌다.

푸홀스가 주전으로 뛸 팀을 찾으려는 이유는 하나 밖에 없다. 이미 세인트루이스 시절 두 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그는 통산 700홈런이란 욕심을 갖고 있다. 베이브 루스(714개), 행크 애런(755개), 배리 본즈(762개)에 이어 역대 4번째 전설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스프링캠프때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700홈런 얘기가 나오자 "안될 이유가 있을까. 700홈런을 목표로 하진 않지만, 대단한 숫자다. 에인절스와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그 기회를 줄 팀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인트루이스 시절의 페이스를 유지했다면 지금쯤 800홈런을 쳤을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700홈런 달성은 힘들어졌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즌이 60경기로 단축된 게 결정적이었다. 올시즌엔 시작부터 부진을 보이면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CBS스포츠는 푸홀스를 영입할 만한 팀으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비롯해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뉴욕 양키스, 세인트루이스를 꼽았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은퇴'라고 했다. CBS스포츠는 '많은 팀들은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만 쓸 수 있는 타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명예의 전당에 안착시킬 기회는 얻겠지만, 최근 5년간 하락세가 뚜렷한 41세 선수는 매력이 없다. 현재로선 은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에인절스는 2011년 12월 푸홀스와 10년 2억4000만달러에 계약할 때 독특한 조항을 함께 넣었다. 은퇴 후 10년간 매년 1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에인절스 구단 홍보를 위해 일한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구단이 나서서 방출을 결정했으니, 이 조항의 효력은 애매하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