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4일 파리 에펠탑 앞 잔디광장인 샹 드 마르스에 경기장스탠드가 건설되고 있다. 샹 드 마르스 경기장은 2024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비치발리볼과 시각장애인 축구 경기가 열린다./A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상징인 에펠탑 앞엔 넓은 잔디밭 광장 ‘샹드마르스(Champs de Mars)’가 있다. 16일 오전 찾은 이곳은 금속 울타리와 가건물로 곳곳이 둘러싸여 있었다. 앞으로 100일 남은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임시 비치발리볼 경기장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올림픽 준비를 담당한 피에르 라바당 파리시 부시장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비치발리볼 선수들의 역동적 경기 장면이 전 세계로 중계될 것”이라며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도시 곳곳 명소를 경기장으로 활용한다. 개막식부터 대형 스타디움이 아닌 센강에서 열리고, 육상과 양궁, 레슬링 등 수십 개 주요 종목 열전은 파리 시내 광장과 전시장, 공원, 역사적 건축물을 배경으로 벌어진다. 서울로 치면 한강에서 개막식을 하고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 서울 타워 아래에서 전 세계 최고 선수들이 승부를 겨루는 셈이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새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해 탄소 발생을 줄임으로써 친환경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명분과 함께,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 중계를 통해 파리 곳곳 경관을 자랑해 막대한 관광 홍보 효과도 노리고 있다.

그래픽=김성규

◇혁명 광장에서 스케이트보드 경기

콩코르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에서는 3대3 농구, 브레이크댄스, BMX 프리스타일, 스케이트보드 등 4종목이 펼쳐진다. 현재 복합 임시 경기장을 만들고 있다. 이곳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광장이자 피비린내 나는 프랑스 혁명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파리에서 가장 넓은 광장. 원래는 ‘루이 15세 광장’으로 불리다, 그의 손자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이곳에서 처형된 후 ‘혁명 광장’이 됐다. 프랑스 혁명 발발 6년 후인 1795년 ‘화합’과 ‘일치’를 뜻하는 지금 이름을 얻었다. 초음속 여객기 이름이기도 하다. 이집트 람세스 신전에서 가져온 오벨리스크가 광장 한가운데 서 있다. 조직위는 “올림픽 유치 단계부터 시내 한가운데서 도시 스포츠 경기를 여는 것을 꿈꿨다”며 “콩코르드는 이를 실현할 장소”라고 설명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만드는 임시 경기장 두 곳에선 비치발리볼과 유도·레슬링이 치러진다. 비치발리볼은 탑 가까운 쪽에 1만3000여 명이 들어가는 ‘스타드 투르 에펠’에서 열린다. 천장 없는 개방형 경기장으로, 경기 내내 에펠탑 전경도 함께 볼 수 있다. 반대편 끝엔 1만㎡(약 3025평) 규모 전시장 ‘그랑 팔레 에피메르’가 있다. 이곳을 유도와 레슬링 경기장으로 바꿔 ‘아레나 샹드마르스(Arena Champs de Mars)’로 단장한다. 이 두 건물은 올림픽 이후 바로 철거된다. 파리시는 “아레나 샤드마르스는 목재와 천을 이용해 지었고, 스타드 투르 에펠 역시 자재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면서 ‘일회용’이 아닌 ‘친환경’ 건축임을 강조했다.

◇베르사유궁을 배경으로 마장마술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 화려함과 웅장함을 대표하는 베르사유 궁전(Château de Versailles)에서는 대운하(Grand Canal) 서쪽 잔디밭 정원에 근대 5종과 승마(장애물과 마장마술) 경기장을 만들고 있다. 17~18세기 유럽 궁정 문화 중심지였던 곳에서 귀족 문화에 뿌리를 둔 스포츠가 펼쳐지는 것이다. 궁성으로 쓰이던 시절, 이곳엔 2000여 필 말이 머물면서 왕족과 귀족들 여행과 사냥에 동원됐다. 조직위 측은 “공간적 여유로 보나, 주변 환경으로 보나 승마 경기를 치르기에 최적”이라며 “탁트인 자연 환경, 아름다운 궁전과 정원을 배경으로 차원이 다른 승마의 우아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메달 유망 종목 태권도와 펜싱은 그랑 팔레(Grand Palais)가 무대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7만7000㎡(약 2만3300평) 규모 웅장한 건물로 높이 45m에 달하는 대형 돔 천장과 건물 대부분을 덮고 있는 유리 천장, 아르누보(art nouveau) 스타일 외관이 유명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눈부신 자연광이 건물 내부로 쏟아져 들어와 마치 야외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낸다. 앞서 2010년 세계펜싱선수권대회가 열린 적이 있다. 올림픽 전 개장을 목표로 전면 보수 공사 중이다. 134년 전 이곳에 마련된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보유 중이다.

또 다른 한국 국기 종목 양궁은 앵발리드(Hôtel des Invalides)에서 펼쳐진다. 1687년 ‘태양왕’ 루이 14세가 프랑스 참전·상이용사를 위한 군 병원으로 지은 유서 깊은 건물로 군인들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궁성처럼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었다. 현재 나폴레옹 1세 황제 무덤과 프랑스 군사 박물관이 있어 매일 수천 명 관광객이 찾는다. 앵발리드 정원은 파리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양궁과 함께 넓은 잔디밭을 이용해 트랙과 경기장을 구성, 단거리와 중장거리 달리기, 계주, 경보, 멀리·높이뛰기, 창던지기 등 다양한 육상 종목을 치를 예정이다. 센강을 놓고 그랑 팔레와 마주하고 있고, 샹드마르스 광장과도 걸어서 20분 거리로 멀지 않은 요지라 다른 경기장과의 접근성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