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보>(131~142)=한국기원 연구생은 군(軍)에 비유하면 사관생도와 흡사하다. 연구생들의 높은 수준을 감안해 최상위 2명은 아마 선발전을 거치지 않고 프로 예선에 나가도록 규정돼 있다. 올해는 윤서원과 김상영이 직행 시드를 받았다. 당시 연구생 2위였던 양종찬이 이 대회 닷새 전 입단에 성공, 프로 신분으로 바뀌는 덕분에 3위였던 김상영이 자격을 물려받았다.

백이 △에 둔 장면. 좌하 일대 미생마에 대한 지원군에 해당하는데, 부분적으론 깔끔한 호처지만 131로 틀어막아 좌상귀를 몽땅 영토화할 기회를 날렸다. 대단한 인내력이지만 ‘현찰’을 놓친 것은 아쉽다. 아니나 다를까, 흑은 131로 꼬부려 좌변 백진을 초토화하고 141로 크게 살았다. 하지만 망외의 소득에 잠시 흥분했는지 141에 앞서 중요한 수순을 빠뜨렸다.

당연히 참고도 1~9로 상대 대응을 보며 선수 행사를 한 뒤 11로 살아야 했다. 그랬더라면 A 방면 백의 맛이 고약해 종반 승부의 변수가 될 수 있었다. 한 박자 쉬어가게 된 백, 마음 놓고 142 선치중(先置中)에 나선다. 오래전부터 우상 일대 흑 대마 공격을 위해 노려온 급소다. 아직 변수가 많이 남았지만 지금 형세는 반면(盤面) 승부라는 진단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