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한국기원 선수권전 우승을 놓고 2대2로 사투 중인 박정환(왼쪽)과 설현준. 6일 최종 5국에서 우승자가 가려진다. /한국기원

올 데까지 왔다. 여기서 물러서는 쪽이 진다. 박정환(31)과 설현준(25)이 엎치락뒤치락하며 2대2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제2기 한국기원 선수권전 이야기다. 6일 열리는 최종 5국서 누구 손이 올라갈까.

박정환은 신진서 시대가 본격화하기 전 한국 바둑의 간판스타였다. 지금까지 국내외서 34회 우승했다. 조훈현(161회), 이창호(141회), 이세돌(50회), 신진서(36회)를 잇는 역대 5위다.

2018년 6관왕까지 올랐던 박정환의 현재 ‘타이틀 잔고’는 1개. 제1기 한국기원 선수권전으로 2022년 3월 따냈다. 박정환은 그 한 달 후 열린 23기 맥심배서도 우승했지만 1년 뒤 24기 때 신진서에게 넘어갔다. 이번 결승서 승리하면 무려 23개월 만의 타이틀 획득인 셈. 동시에 한국기원 선수권전 2연패(連覇)도 따라온다.

타이틀이 절실한 것은 설현준도 마찬가지. 그는 영재 입단 대회 1기생인 신진서·신민준에 이은 영재 2기 입단자다. ‘양신(兩申)을 이을 기재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아직 종합 기전 우승 없이 2017년 하찬석배 영재대회 제패에 그쳐왔다.

그 설현준이 올 들어 폭발을 시작했다. 1월 한 달 9승 1패를 거두면서 12위이던 랭킹이 6위로 치솟은 것. 하지만 2월에 열린 제7회 크라운해태배(26세 이하) 결승서 박건호(26)에게 1대2로 패배, 분루를 삼켰다. 잡힐듯 잡힐듯 정상의 끈은 잡히지 않고 있다.

박정환과 설현준은 올해 초 두 달 동안 무려 여섯번이나 싸워 나란히 3승 3패를 기록 중이다. 80년대 조훈현과 서봉수, 90년대 이창호와 조훈현 시대를 떠올릴 만큼 잦은 만남이다. 총 전적에선 박정환이 6승 4패로 앞서 있다.

올해 여섯 판 맞대결이 모두 제2기 한국기원 선수권전서 이뤄졌다. 예선서 1승씩 주고받은 뒤 결승 5번기의 흐름도 용호상박이다. 설현준이 선제점을 올리자 박정환이 뒤집었고 다시 설현준이 동점을 만들었다. 종합기전 결승 3대2 승부는 2021년 제26기 GS칼텍스배(신진서 3-2 변상일)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이번 결승은 세대 간 경쟁의 성격도 띠고 있다. 바둑에서 20대 중반은 절정기로, 30대에 들어서면 노장 그룹에 접어든 것으로 간주된다. 30대에 발을 내디딘 박정환의 정상권 잔류냐, 만개(滿開)한 설현준의 ‘상류사회’ 진입이냐가 판가름난다.

4국까지 어느 한 판도 편안한 흐름이 없었다. 마지막 5국 역시 패싸움과 대마 싸움이 오가는 전투 바둑으로 점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정환은 “요즘 간단한 착각을 자주 범한다. 자책이 또 다른 실수를 낳는 식이다. 신중하게 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4국서 맹추격, 극적으로 균형을 되찾은 설현준은 “곡절 끝에 최종국까지 왔다. 온 힘을 다해 꼭 우승하고 싶다”는 출사표를 올렸다. 1인당 90분에 1분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우승 상금은 5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