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을 바둑에 바쳐온 서봉수(70) 9단과 서능욱(65) 9단이 명예를 걸고 정면 격돌한다. 그냥 맞붙는 게 아니고 치수(置數) 고치기 방식이다. 어쩌면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고 바둑계를 떠날 수도 있다. 10월 8일 시작되는 ‘서봉수 대 서능욱 끝장 승부’다.

반세기 동안 바둑계를 주름잡아온 양서(겱徐) 서봉수(왼쪽)와 서능욱, 둘은 내달 8일부터 치수고치기 7번기를 갖는다. /한국기원

총 일곱 판을 둔다. 호선으로 시작, 매 판 결과에 따라 치수가 조정된다. 전승을 할 경우 최다 여섯 점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무승부가 나오면 백승으로 처리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3회.

두 기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 무대에서 활동했지만 엄밀히 말해 같은 등급은 아니었다. 서능욱을 비롯한 ‘도전 5강’이 1인자 조훈현을 만나려면 먼저 2인자 서봉수의 벽부터 뚫어야 했다. 우승 횟수에서도 서봉수의 32회에 비해 서능욱은 시니어 기전인 대주배 2회뿐으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서능욱은 팬들로부터 서봉수 못지않은 사랑을 받아왔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입단한 서능욱은 눈부신 속기, 항우 같은 힘과 대마 사냥 솜씨로 바둑계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팬들은 ‘된장 바둑’ ‘야전 사령관’이란 별명을 지닌 서봉수를 대서(大徐), ‘손오공’, ‘번개 손’의 애칭으로 통하던 서능욱을 소서(小徐)로 부르며 열광했다. 둘을 묶어 양서(兩徐)란 조어도 등장했다.

두 기사는 지금까지 총 83국을 겨뤄 대서가 52승, 소서가 31승을 따냈다. 서봉수가 대략 6대4의 승률로 앞섰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전적만 따지면 거꾸로 소서가 7승 5패로 우세하다. 이번 7번기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이유다.

서·서 끝장 승부는 서봉수에겐 치수 고치기 시리즈 ‘시즌 3′에 해당한다. 2021년 아마 정상 5명과 대결해 아마 측이 정선(定先)에 덤 6집을 받는 치수로 끝났고, 2022년 프로 최정상 5명을 상대한 ‘열혈 도전’에선 서봉수가 3점을 접히는 치수로 마무리됐었다.

파이트머니는 얼마나 될까. 매 대국마다 승자에게만 200만원이 지급된다. 7판을 전승하면 1400만원이다. 승패 무관, 기본 대국료(1국당 50만원)를 포함하면 최대 1750만원, 최하 350만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10월 8~9일 1·2국에 이어 23, 24, 30, 31일, 11월 2일의 3~7국 전판을 오후 2시 바둑TV에서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이 중 2국은 한국기원 2층에서 공개 해설로 진행할 예정. 윤덕 PD는 “치수 고치기는 시대와 연령적 여건이 맞아야 가능한 이벤트”라며 “마지막 치수 고치기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양서(兩徐)도 이번만은 꽤 긴장한 모습이다. 서봉수는 “4승을 해도 7국까지 가야 하는 극한 대결이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능욱은 “좋은 기회를 줘서 감사한다. 앞으로 다시 없는 기회라 생각해서 후회 없는 기보를 남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