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가운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왼쪽은 춘란그룹 관계자, 오른쪽은 녜웨이핑 9단.

변상일(26) 9단이 제14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 선수권대회의 주인공이 됐다. 프로 입단 11년만에 처음 달성한 세계 메이저 타이틀 정복이다. 19일 중국 충칭 하얏트 호텔서 벌어진 결승 3번기 2국서 중국 리쉬안하오(28) 9단에게 212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 2대0으로 완봉 우승했다.

14회 춘란배 우승자 변상일이 결승 2국에서 수읽기에 빠져있다.

결승 2국도 1국 못지 않게 팽팽한 대결로 이어졌다. 흑은 하변에 백집을 크게 허용, 좌중앙 백 대마 타개에 승부를 걸었다. 줄타기 같은 곡예 속에서도 쌍방 최선으로 맞서 반집 승부. 여기서 흑으로부터 끝내기 수순 미스가 나오며 명암이 갈렸다.

첫 세계 제패에 성공한 변상일은 “형세가 계속 좋다고 봤는데 막상 만만치는 않았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우승까지 하게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자 리쉬안하오. 신진서와의 준결승전 때 보여주었던 신들린 솜씨가 재현되지 않았다.

변상일은 뛰어난 전투력을 갖추고도 신진서·박정환에 가려 ‘만년 넘버 3′로 불려온 비운의 기사. 마이너 세계기전인 국수산맥 등 국내외서 여섯 차례 우승했으나 메이저 정복 기회는 좀체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연말 최정 9단과의 삼성화재배 준결승 때는 패배가 확실해지자 눈물을 쏟기도 했다.

국가대표 팀은 변상일의 심리적 약점에 대비, 기술적 부분과 심리적 부분 등 두 갈래 대비 훈련을 실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기사들과의 치열한 스파링, 그리고 홍민표 코치를 전담맨으로 강도 높는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했다”는 게 목진석 감독의 전언이다. 결승에서 변상일은 멘탈 약점을 극복, 전에 없이 냉정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완봉 우승했다.

반면 연초 중국 톱랭커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던 리쉬안하오(현재 5위)는 처음 맞이한 세계 제패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리쉬안하오는 지난 연말 열린 신진서와의 준결승서 완승을 거둔 후 치팅(착수 부정행위) 의심을 받는 등 극심한 마음 고생을 계속해 왔다.

춘란배 결승 2국 광경. 오른쪽이 변상일, 왼쪽은 중국 리쉬안하오.

이번 춘란배는 세계 바둑 사상 126번째 벌어진 메이저 대회였다.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이 67회로 가장 많고 중국은47회를 기록 중이다. 이밖에 일본과 대만이 각각 11회, 1회 우승했다. 메이저 우승자는 한 중 일 대만이 각각 16명, 22명, 8명, 1명 순. 변상일은 메이저 우승자 명단에 47명째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춘란 우승으로 한국은 춘란배 3연패(連覇)에도 성공했다. 12회와 13회 대회 때는 각각 박정환과 신진서가 우승했었다.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 8회, 중국 5회, 일본 1회로 조정됐다. 변상일은 리쉬안하오에게 2연승하면서 둘 간 상대전적도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다. 춘란배 우승 상금은 15만 달러(약 2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