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진(18) 7단이 세계 주니어 강자들의 각축장인 제10회 글로비스배 세계바둑U-20 을 제패했다. 4일 끝난 이 대회 결승서 한우진은 중국 대표 왕싱하오(19) 8단을 269수 만에 백 2집 반 차로 제압,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3일과 4일 이틀간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우진 7단이 제10회 글로비스배서 우승한 뒤 환희에 찬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우진은 우승 결정 후 “너무도 우승하고 싶은 대회였다. 긴장감이 지나쳐 첫날 대국이 끝날 무렵엔 탈진할 정도였다. 많은 고비를 넘기고 나니 이튿날 대국은 오히려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글로비스배에 앞으로도 두 번 더 출전할 수 있는데, 3연속 우승과 메이저 세계 제패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중국 차세대 선두 주자로 꼽혀온 왕싱하오. 최근 LG배 메이저 무대서도 8강까지 진격한 상황이다.

한국의 글로비스배 우승은 4회(2017년) 때의 신진서, 6회(2019년) 대회 때의 신민준, 그리고 2020년 7회 대회를 장식한 문민종에 이어 네 번째다. 중국은 황윈쑹(2회), 리친청(3회), 쉬자양(5회)이 우승한 뒤 왕싱하오가 8, 9회 대회를 연속 제패, 총 5번 우승했다. 주최국 일본은 2014년 원년 대회 때의 이치리키가 유일하게 정상을 밟았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더블 일리미네이션(예선) B조에 배정된 한우진은 첫판서 일본 미우라(19) 3단에게 패해 탈락 위기에 처했다. 이후 패자 부활전서 유럽 대표 데니스(19)전에 이어 미우라와의 재대결을 승리, 가까스로 본선 토너먼트에 올랐다.

제10회 글로비스배 4위 문민종. 7회 때의 우승 재현에 실패했다.

한우진은 8강 본선 토너먼트부터 힘을 냈다. 첫판서 최연소 출전자인 중국 쉬이디(16) 3단을 백 불계로, 준결승서 중국 31위 투샤오위(20)을 연파한 뒤 대회 3연패에 나선 왕싱하오(중국 18위)마저 눕혔다. 중국 출전자 3명을 차례로 꺾은 것.

특히 왕싱하오는 최근 열렸던 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서 8강에 오르는 등 중국의 차세대 선두 주자로 각광 받고 있는 유망주다. 한우진은 왕싱하오에게 지난해 의정부서 열린 국제 신예대항전서 한 차례 패한 바 있어 둘 간 전적은 1승 1패로 균형을 맞추게 됐다.

한국기원 옆 건물에 차려진 온라인 서울 대국장 전경. 본선에 오른 한우진과 문민종이 대국하고 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한국랭킹 26위 한우진은 지난 3월 열린 밀레니엄 천원전서 우승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 한국 바둑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혀왔다. 역시 20세 이하 신예기전인 이붕배도 보유, 첫 국제 대회인 글로비스배 포함 3관왕으로 도약했다. 2019년 입단한 한우진은 승단 규정에 따라 8단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함께 출전한 한국 31위 문민종(20) 8단은 준결승서 왕싱하오에게 흑 불계패, 3년만의 패권 탈환에 실패했다. 3-4위전서 투샤오위에게도 져 4위에 머물렀다. 작년 대회 때 한국 기사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랐던 이연(19) 5단은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글로비스배 우승 상금은 150만엔(약 1400먄원). 별도의 제한 시간 없이 매 수 30초, 도중 1분 10회가 제공되는 초속기 방식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