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오른쪽)와 박정환이 26일 바둑왕을 놓고 11번째 패권을 다툰다. 사진은 2020년 제24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최종국 광경. /한국기원

신진서(23)와 박정환(30)의 맞대결은 언제나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랭킹 1·2위를 지키며 10년 가까운 세월 한국바둑의 ‘투톱’으로 군림해온 최정상 라이벌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신박전(申朴戰)은 여전히 한국바둑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 카드다.

그 둘이 11번째 타이틀 무대에 함께 오른다. 오는 26일 벌어지는 제41기 바둑왕전 결승이다. 두 기사가 결승서 만나는 것은 40기 바둑왕전 결승 이후 꼭 2년만이다. 올해 바둑왕전에선 신진서가 원성진 변상일을, 박정환은 김채영 안성준을 각각 누르고 결승에 상륙했다.

둘이 지금까지 펼쳐온 10번의 타이틀전 역사엔 두 기사의 개인적 부침(浮沈)과 우리 바둑계 흐름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2018~19년 사이엔 박정환이 크라운해태배, 바둑TV배, 용성전 등 3개 기전 결승을 독식했다. 1인자 박정환을 향해 10대 유망주 신진서가 맹렬히 추격해오던 시기였다.

2020년 2월 열린 제24회 LG배 결승이 전환점이 됐다. 첫 타이틀의 환희를 맛본 신진서가 무서운 기세로 박정환을 밀어내고 새 1인자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신진서는 LG배 이후 벌어진 결승 6번 중 5번을 독식했다.

박정환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2021년 말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 신진서를 상대로 역전 우승해 세계 바둑 팬들을 열광시켰다. 붕괴된 것 같던 박정환 왕조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10번에 걸친 ‘신박 결승’은 지금까지 박정환이 4승, 신진서가 6승을 점령했다.

통산 맞대결 추이도 결승 승패 커브와 유사하다. 초창기(2018~19년) 박정환이 9연승을 달리기도 했으나 2020년 남해 7번기 때 신진서가 7대0 완봉승을 거두면서 단숨에 뒤엎었다. 현재 신진서가 최근 3연승 포함, 32승 23패로 리드하고 있다.

바둑계는 통상 조남철 김인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그리고 박정환 신진서로 이어지는 라인을 국내 1인자 적통(嫡統)으로 꼽는다. 박정환으로선 아직 완전한 이양(移讓)을 인정할 단계가 아닐 것이다. 올타임 기록 경쟁을 위해서도 두 기사 모두 양보할 수 없다.

활동 기간에 비례하는 누적 부문에선 박정환이 앞서있다. 통산 우승 횟수 34회 대 28회, 국제 메이저 제패 횟수 5대4로 우세하다. 랭킹 1위 기간도 박정환 74회, 신진서 46회로 둘이 1·2위를 분점하고 있다. 하지만 통산 승률 부문은 거꾸로 신진서가 역대 전 기사를 통틀어 1위(77.6%), 박정환이 2위(73.3%)를 기록 중이다.

최근 컨디션도 두 기사 모두 최상이다. 박정환은 올 들어 18승 5패 1무를, 신진서는 8연승 포함, 17승 2패를 각각 기록 중이다. 다승 부문에서 두 기사가 1·2위를 달리고 있다. 박정환은 새해 초 개인 통산 1000승 고지를 정복하기도 했다.

신진서의 바둑왕 2연패(連覇) 포함 7관왕 고수냐, 한국기원선수권전 및 맥심배에 이은 박정환의 3관왕 등극이냐. 이번 주말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