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공사 강경민이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득점과 공격 포인트 선두인 강경민은 팀의 무패 행진을 이끌고 있다. /장련성 기자

광주도시공사는 2022-2023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일정의 절반쯤을 소화한 15일 현재 9승1무로 단독 선두다. 2010년 5월 창단 이래 하위권을 맴돌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하더니, 이번 시즌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패 행진의 중심에 주장 강경민(27)이 있다. 109골, 44도움을 기록하며 득점과 공격포인트(득점+도움) 모두 1위를 달린다. 팀이 올린 총 득점(281점)의 절반 이상에 기여하고 있다. 득점 2위인 부산시설공단 알리나(벨라루스)가 82골(8도움)이니 강경민의 골 폭풍이 얼마나 거센지 알 수 있다. 최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난 강경민은 “아직까지 패배가 없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핸드볼 강경민 선수(광주도시공사)./ 장련성 기자

◇핸드볼 접고 수영 강사로 ‘전업’

강경민은 “핸드볼을 운명적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교실에 핸드볼 체험 신청서가 돌았는데, 어떤 종목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이름을 써 넣었다. 골키퍼를 피해 공을 요리조리 던지는 게 재밌었다고 한다. 발도 빨라 금세 두각을 드러낸 강경민은 청소년 대표를 거치며 엘리트 선수로 성장했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광주도시공사에 입단했고, 이듬해 득점 2위를 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2023년 2월 10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광주도시공사 강경민 선수가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다중 촬영)/ 장련성 기자

하지만 2년 차부터 부상 악령에 시달려야 했다. 2016년에 왼쪽 발목을 다치더니, 2017년엔 오른쪽 어깨 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했다. 2018년 시즌 개막을 앞둔 11월엔 사실상 운동을 그만뒀다. 강경민은 당시를 돌아보며 “핸드볼 자체에 흥미를 잃었다.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사라졌다. 부상이 잇따르면서 기량도 떨어져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핸드볼 공을 내려 놓은 뒤엔 인천에서 수영 강사로 5개월쯤 일했다.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던 경험을 살렸다. 새 직장에 자리를 잡아가면서 핸드볼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웠다.

◇”수영복보다는 유니폼이 어울려”

강경민이 코트로 돌아온 것도 어쩌면 운명이었다. 광주도시공사는 2019년 5월에 남자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인 오세일 감독을 선임하며 만년 꼴찌 탈출을 노렸다. 오 감독은 면접 합격 통보를 받자마자 가장 먼저 강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핸드볼 센스와 득점 능력이 뛰어난 제자를 복귀시키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16세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추며 신뢰를 쌓은 사이였다.

광주도시공사 강경민이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슛을 던지고 있다. 강경민은 이번 시즌 빠른 스피드와 순간적인 판단력을 앞세워 득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팀원들이 자리를 잘 잡아줘 기회가 많이 났기 때문이"이라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장련성 기자

강경민은 다시 핸드볼 공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넌 수영복보다는 유니폼이 더 잘 어울린다”는 오 감독의 설득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컴백 후엔 예전보다 기량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특히 2020-2021시즌엔 206골을 폭발시키며 종전 최다득점 기록(185골·2013시즌 장소희)까지 경신했다. MVP(최우수선수) 2연패(連覇)는 당연했다. 팀 성적도 좋아졌다. 지난 시즌엔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하며 창단 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이젠 첫 우승을 겨냥한다. 강경민은 “개인 기록보다 팀 우승 욕심이 생겼다. 박진감 넘치는 핸드볼 경기를 많은 분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