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60~168)=두 기사 모두 개성이 뚜렷한 바둑을 둔다. 박정환은 ‘만능형’으로 분류된다. 초, 중, 종반 경영에 두루 강하다. 게다가 약점도 거의 없어 “특징이 없는 것이 특징”이란 평을 듣는다. 강동윤은 깊은 수읽기로 끈덕지게 버티는 솜씨가 누구보다 뛰어난 타입. 이 바둑은 평소 두 기사의 기풍과는 반대로 흐른 느낌도 준다.

지난 보(譜)에서 두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백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국면.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듯 박정환이 ▲에 단수 치면서 마지막 옥쇄 작전에 불을 당긴다. 강동윤은 이날따라 얼음장처럼 침착했다. 160, 162로 연결하면서 흑의 출구를 잠가 버린다. 168이 놓이자 더 버틸 곳이 없어진 흑이 패배 단추를 눌러 격전도 막을 내렸다.

종국 후 계속 더 둔다면 참고도의 진행이 예상된다. 흑과 백의 수상전 형상이지만 중앙 흑은 3수를 벗어날 수 없다. 12에 이르러 백이 1수 빠른 결말. 백의 중앙 포위망은 완벽할 만큼 촘촘했다. 박정환이 옆자리에 앉아 비대면(非對面) 대국을 펼쳤던 강동윤에게 다가가 컴퓨터 화면을 가리키며 몇 군데 의견을 말한다. 격전 종식과 함께 둘은 곧장 ‘소문난 절친’ 관계로 돌아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