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보>(52~64)=김명훈과 변상일 모두 뛰어난 기재(棋才)지만 각각 약점도 없지 않다. 김명훈은 상대가 도발해 올 때 참지 못하고 말려들어 순식간에 좋은 바둑을 역전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변상일은 엄청난 속기(速棋)가 장점인데, 간혹 경솔함을 수반하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변상일이 이길 때나 질 때나 단명기(短命棋)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흑이 ▲로 늘어 좌변 백 대마의 안형(眼形)을 빼앗은 장면. 여기서 붙여간 52가 변상일다운 기백 넘치는 받아치기였다. 보통은 참고 1도지만 즐거움이 없다고 본 것. 60까지 필연의 진행을 거쳐 자신의 능기인 육탄전 형태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흑도 좌변에 약점을 안고 있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박약한 형태다.

61, 63으로 보강한 것은 정수. 61로 ‘가’에 끊으면 어찌 될까. 참고 2도 8까지 절묘한 수순으로 흑의 어느 한쪽이 무너진다. 그러나 64는 옹색했다. 이 수로는 ‘나’에 지킨 뒤 이하 부호 순으로 ‘바’까지 진행이 최선이며 긴 승부였다는 결론. 팽팽하던 균형이 백 64로 인해 깨지고 흑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