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국립 테니스 센터에서 US오픈을 앞두고 연습하고 있는 세리나 윌리엄스. /AFP 연합뉴스

23년 전인 1999년. 형형색색 구슬로 머리를 땋은 18살 소녀는 US 오픈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두 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맛봤고, 언니와 함께 같은 해 프랑스 오픈에 이어 두 번째 여자 복식 우승도 일궜다.

2022년. 어느덧 그 소녀는 5살 딸아이의 어머니가 돼 마지막 US 오픈 출전을 앞두고 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기량은 예전만 못하다. 더 이상 우승 후보로 꼽히지도 않는다. 그래도 총기 있는 눈빛은 여전하며, 이젠 혈기 대신 노련미를 장착했다.

올해 마지막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US 오픈이 30일(한국 시각)부터 약 2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US 오픈은 ‘여제’ 세리나 윌리엄스(41·미국)의 고별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윌리엄스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이달 9일 미국 패션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은퇴(retirement)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보단 ‘진화(evolution)’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누구나 인생에서 전환점을 맞이한다”며 “이젠 카운트다운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해 US 오픈 이후 코트를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윌리엄스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전설이다. 1999년 US 오픈 여자 단식과 복식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윌리엄스는 이후 20년 가까이 최강의 자리를 지켰다. US 오픈 6회 우승(1999, 2002, 2008, 2012, 2013, 2014)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만 23차례 우승했다. 호주의 마거릿 코트(24회)에 이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42)와 메이저 대회 복식에서도 14차례 정상에 올랐다.

윌리엄스는 30일 오전 열릴 단식 1회전에선 단카 코비니치(28·몬테네그로·80위)를 상대한다. 윌리엄스는 여자 복식에서도 언니 비너스와 호흡을 맞춰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