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보>(34~51)=1대1 승부에 나서는 모든 전사(戰士)는 정통파와 변칙파로 구분할 수 있다. 바둑도 예외가 아니다. 박하민은 상식을 중시하며 모험 대신 안정을 우선시하는 정통파. 반면 강동윤은 대표적 변칙파로 꼽힌다. 불확실성의 바다에 스스로 몸을 던진 뒤 헤엄쳐 나오는 바둑을 즐긴다. 도저히 살길이 안 보이는 곳에서 도생책을 찾아내는 재주가 탁월하다.

전보 마지막 수인 흑 ▲ 붙임도 강동윤식 변칙 수법이다. 단순히 42 정도로 벌려 안정하는 수법은 그의 체질에 맞지 않는다. 34는 박하민다운 조심스러운 대응. 최대한 분쟁을 피하고 있다. 35가 지나쳤다. 흑이 고전한 출발점도 여기였다. 참고도 1, 2 교환 후 3에 두어 좌하귀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선. 백 4, 6엔 7로 늘어둔 뒤 A와 B를 맞본다.

정통파라고 항상 뒷걸음만 치는 건 아니다. 때가 되면 격렬히 싸운다. 결연히 36으로 끊자 흑은 진퇴양난이다. 결국 47까지 2선을 기어 넘을 수밖에 없어선 흑의 때 이른 비세다. 48, 50은 두터운 보강. 여기서 놓인 51에 대해 검토실에서 탄성이 터진다. 백 ‘가’ 장문으로 흑 한 점이 잡히건만 강동윤다운 묘착이란 것. 무슨 뜻인지 내일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