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LG배 조선일보기왕전이 29일 27번째 축제를 시작한다. 지구촌 최고수 24명이 연중 레이스를 펼쳐 3억원 우승 상금의 주인을 가리는 무대다. 올해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非對面) 방식으로 치러진다.

26회 LG배 우승자 신진서(왼쪽)와 준우승자 양딩신이 각각 서울 및 베이징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받고 있다. /한국기원

화두는 변함없이 신진서(22)다. 그를 제쳐놓고는 세계 판도와 전망을 논할 수 없기 때문. 우선 LG배 사상 첫 2연패(連覇) 성공 여부가 초점이다. 같은 기사에게 2년 연속 정상 등정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던 게 LG배만의 전통이다. 지난해 결승서 양딩신을 꺾고 우승한 신진서가 이 징크스에 도전한다.

신진서는 역대 LG배 통산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총 18승 4패로 승률 81.8%에 이른다. 국제대회 8할대 승률은 유례가 드문 경이적 기록이다. 신민준(76.9%·10승 3패), 박문요(72.2%·13승 5패), 이창호(71.1%·54승 22패) 등 2~4위를 압도하고 있다.

LG배 통산 연승 1위도 신진서의 가시권 안에 있다. 24~25회 때의 7연승 후 일단 끊겼다가 현재 5연승 중이다. 26회 대회 때 첫판부터 마지막 결승 2국까지 5판을 전승했는데, 올해도 같은 성적을 올린다면 이창호의 역대 최다 기록(9연승)을 넘어서게 된다. 5승을 보탤 경우 신진서는 다승 순위에서도 이창호(54승), 이세돌(32승), 유창혁(24승)에 이어 구리(23승)와 동률 4위권으로 치솟는다.

신진서는 LG배와 함께 춘란배도 보유한 현역 세계 2관왕이다. 29개월째 국내 톱랭커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제 무대서 29연승 행진 중이란 사실이 무엇보다 주목된다. 작년 6월부터 올해 3월 사이 외국 기사에게 한 판도 내주지 않았다.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이번 대회 전승 우승과 2연패가 꿈만은 아니다.

하지만 신진서 공략을 노리는 일당백의 강자들도 즐비하다. 최정상권 용사들이 저마다 반란을 준비 중이다. 한국 2위 박정환(29), 첫 세계 제패에 목마른 변상일(25), 2년 만의 패권 탈환을 노리는 신민준(23)이 강력한 ‘국내 저항 세력’으로 꼽힌다.

최고령 조한승(40)을 비롯한 원성진(37), 김지석(33), 강동윤(33), 박진솔(36) 등 3040 부대, 설현준(23), 김명훈(25), 박하민(24), 박건호(24)로 이어지는 20대 기수들도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총 13명이 출전, LG배 4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중국 간판 스타는 역시 커제(25)다. 중국 기사 중 세계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8회)을 구리와 공유 중인 그는 LG배 우승이 없다. 25회 때 신민준에게 져 준우승한 것이 최고 성적. 한동안 10번기 설이 무성했던 정상 라이벌 신진서와의 맞대결 여부도 관심사다.

중국은 커제 외에 전기 준우승자 양딩신(24)과 미위팅(25), 스웨(31), 구쯔하오(24) 등 세계 챔프 출신들이 즐비하다. 딩하오(22), 자오천위(23) 포함, 총 7명으로 포진했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3명, 1명으로 팀을 꾸렸다.

LG배 국가별 통산 우승 횟수에선 한국(12회)과 중국(11회) 등 양국 간 접전이 이어지고 있다. 나머지는 일본(2회)과 대만(1회)의 몫이었다. 올해 대회 역시 한·중 양강 대결에서 패권이 결정될 전망이다.

국제 메이저 통산 우승 횟수에선 한국이 중국에 65대45로 앞서 있다. 2021년 이후만 따져도 한국이 4회(신진서 2회, 박정환 신민준 각 1회) 우승하는 동안 중국은 미위팅 1회(4회 몽백합배)에 그쳤다. 이 흐름이 계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