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보>(102~120)=두 기사의 기풍은 상극이다. 조한승은 담백하고 깔끔한 수법으로 최철한 김지석 등 역대 최고수급 ‘싸움꾼’들 틈에서 존재감을 지켜왔다. 반면 최정은 전투를 앞세워 남성 일색의 바둑 무림에서 일가를 이뤄가고 있다. 상반된 해법으로 함께 경지에 오른 것은 기풍이 개성의 영역이란 증거다. 1인자 역사를 봐도 계산형과 전투형은 권좌를 뺏고 빼앗기며 균형을 이뤄왔다.

흑이 ▲로 끊자 백은 102로 그쪽 퇴로부터 봉쇄한다. 흑이 104 자리에 잇고 버티면 백 ‘가’, 흑 ‘나’, 백 ‘다’, 흑 ‘라’까지 선수로 밀어붙인 뒤 120으로 뛸 참이다. 고심하던 흑은 103에 두고 104를 허용, 꼬리를 버리는 ‘도마뱀 작전’을 택했다. 105까지 우상 일대 접전이 일단락됐다. 형세는 앞서 좌하 쪽 실패로 여전히 백 우세다.

106은 상용 맥점. 108로 받아주면 참고 1도 4의 맥점으로 우변이 뚫린다. 107은 훗날 거꾸로 ‘마’의 절단을 노리는 수. 하지만 108이 성립해선 흑의 실패다. 참고 2도는 현찰 피해가 큰 데다 6, 8의 뒷맛까지 남기 때문. 흑은 119까지 최대한 우변을 확보했지만, 백이 120으로 뛴 순간 AI(인공지능)이 예측한 백 쪽 승률은 90%까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