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G배 및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확보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 김명훈 8단. “앞으로 2년 내 세계 4강, 국내 메이저 우승 등으로 진짜 전성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한게임

최근 3개월여 동안 20승 5패, 무려 8할의 승률이다. 그중엔 14연승(2월 6일~3월 6일)이 포함돼 있다. 랭킹도 작년 말 16위에서 8위로 치솟았다. 올 들어 바둑계에서 누구보다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김명훈(25) 8단의 성적표다. 전화로 근황과 비결을 들어봤다.

-수직 상승을 이끌어낸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성적에 민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웬만큼 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국날 아침이면 상대가 누구건 ‘반드시 이길 것’이란 암시를 스스로에게 걸면서 집을 나섭니다.”

-공부량이나 방법은 바꾸지 않았나?

“공부 시간은 하루 1~2시간 정도로 전보다 1시간쯤 줄었어요. AI(인공지능)끼리 둔 기보 분석 방식을 좋아합니다.”

-역대 개인 최고 랭킹에 오른 기분은?

“그전에 10위는 몇 번 해봐서 그런지 8위란 숫자엔 큰 감흥이 없습니다. 1~3위는 너무 강해 넘볼 수 없을 것 같고, 더 늦기 전에 5위까지 오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LG배 조선일보기왕전 출전 티켓을 먼저 확보했다. 다른 기사들이 엄청 부러워하던데.

“국가대표 12명 더블 일리미네이션 리그서 4연승해 변상일 9단과 함께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땄습니다. 한국 우승에 꼭 힘을 보태고 싶어요. LG배 역시 국가대표 시드로 선발전을 면제받고 5월 말 시작될 본선에 직행합니다.”

-LG배에선 단골 출전자가 돼 가는 느낌이다.

“20, 21, 22, 26회 등 4번 본선에 올랐습니다. 다른 국제대회라곤 춘란배 한 차례(2022년·16강) 나갔을 뿐이니까 보통 인연이 아닌 셈이죠. 그런데 성적은 16강 세 번에 그쳤습니다. 좋은 기억을 되살려 올해엔 꼭 8강 이상 오르고 싶습니다.”

-춘란배에선 중국 맹장 스웨를 꺾은 뒤 16강전서 커제를 그로기로 몰아넣었다가 역전패해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다.

“그게 바로 실력 차이죠. 긴장감 조절, 기복 탈피, 시간 안배 등 숙제가 많아요. 한 꺼풀 더 벗기 위해 나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달 바둑리그 김승재전서 15연승이 제지당했을 때 심정은?

“연승 중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기권승 2판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중단 자체는 크게 아쉽지 않았어요. 다만 그 1패가 팀의 시즌 아웃으로 이어져 동료들한테 미안했습니다.”

-2014년 입단해 기사 생활 9년째다. 전성기는 지나갔을까, 앞으로 찾아올까.

“전성기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시기가 제겐 없었습니다. 이 정도에 머물다 그냥 연기처럼 사라진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

-언제쯤 어떤 모습의 전성기가 펼쳐질까.

“18세 때 레츠런파크배 결승서 신진서에게 져 준우승한 것이 평생 한으로 남아 있어요. 현재 YK건기배, 용성전, GS칼텍스배 등에 올라있는데 저도 한 번쯤은 우승하고 싶습니다. 세계 대회도 4강 정도는 몇 번 올라야 떳떳할 테고 둘 모두 2년 안에 가능하겠죠?”

-김 사범 정도의 성적을 내는 다른 기사에게 목표를 물었다면 열에 아홉은 세계 대회 우승이라고 답했을 거다.

“저는 현실주의자입니다. 목표를 크게 잡았다가 못 이뤄 절망하는 것보다는, 작게 잡고 성취감을 맛보는 쪽이 더 행복합니다.”

-대국 전날 밤잠을 푹 자는 편인가?

“아직도 큰 대국 전야엔 쉽게 잠 못 들고 뒤척입니다. 요즘엔 빗소리 등 수면 촉진 자연음(自然音)을 활용하는데 도움이 돼요. 마인드 컨트롤은 모든 승부사들에게 평생 숙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