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43경기) 보유자로 등극한 위고 요리스는 지난 11일 잉글랜드와의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슈팅을 6차례 막아내는 등 거미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사진은 요리스가 잉글랜드의 슈팅을 막아내는 모습. /AFP 연합뉴스
모로코의 골키퍼 야신 부누가 지난 7일 스페인과 치른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공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다. 두 팀은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비겨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부누는 스페인 키커 슈팅을 두 차례나 막아내며 모로코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EPA 연합뉴스

‘4강 신화’를 쓴 모로코와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15일 새벽 카타르 월드컵 결승행 티켓을 두고 맞붙는다. 조국 사상 첫 4강 진출의 기세를 이어가려는 모로코와 월드컵 2연속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 모두 목표를 이루려면 상대 골키퍼의 ‘거미손’을 뚫어야 한다. 이번 대회 스타로 떠오른 모로코 야신 부누(31·세비야)와 프랑스의 베테랑 위고 요리스(36·토트넘), 골키퍼들의 손끝에 두 국가의 운명이 달렸다.

◇모로코의 ‘야신’, 유일한 실점은 자책골

부누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2012년 모로코 클럽인 와이다드 카사블랑카에서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으나, 1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 스페인 2부 리그 지로나로 이적했고, 2016년 팀의 1부 승격을 이끈 활약을 인정받아 2019년 명문팀 세비야 유니폼을 입었다. 2021-2022 시즌 라 리가 골키퍼 중 최소 실점률(경기당 0.77골)을 자랑하며 팀의 정규 리그 4위를 이끌었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부누는 모로코 국기를 가슴에 달았다. 월드컵 참가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18 러시아 대회 때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기에 출전하진 못했다.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이번 월드컵에서는 모로코의 5경기 중 4경기에 출전했다. 상대 팀이 때린 유효 슈팅 6개 중 5개를 부누가 막아냈다. 조별리그 3차전 캐나다전에서 동료 선수의 자책골을 한 번 허용했을 뿐, 상대 선수에게는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았다.

그는 특히 패배가 곧바로 탈락으로 이어지는 토너먼트 승부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16강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의 슈팅을 두 차례나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포르투갈과 벌인 8강전에서도 결정적인 선방 세 차례로 팀의 1점 차 리드를 지켰다. 그의 이름 ‘야신’과 한국어 표기가 같은 성(姓)을 가진 러시아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을 떠올리게 하는 활약이었다. 왈리드 라크라키 모로코 감독은 “세계 최고 골키퍼는 팀에 자신감을 준다. 부누가 우리에게 그 자신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A매치 143경기 베테랑, 모로코 돌풍 잠재울까

프랑스의 주장 요리스는 월드컵에만 4차례(2010·2014·2018·2022) 출전해 18경기를 뛴 베테랑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5경기 중 4경기에 나서 매 경기 1골씩 내줬다. ‘골든글러브’(대회 최고 골키퍼 상) 경쟁자인 부누와 크로아티아 도미니크 리바코비치(27·디나모 자그레브)에 비해서 실점이 많다. 하지만 그 4실점 중 2골이 페널티킥 실점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상대의 유효 슈팅 12개 중 8개를 막아냈다. 그의 활약이 없었다면 프랑스의 월드컵 2연패(連覇) 도전은 진작 끝났을 수도 있다.

잉글랜드와 벌인 8강전(2대1 승)이 백미였다. 그는 6차례 선방으로 토트넘 동료 해리 케인(29)이 이끄는 잉글랜드의 파상 공세를 잠재웠다. 이는 프랑스 골키퍼의 월드컵 한 경기 최다 선방 타이기록이다. 종전 기록도 요리스의 것이었다. 그는 2010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도 여섯 차례 선방을 펼쳤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4′는 “요리스는 레블뢰 군단(프랑스 대표팀 별칭)의 영웅이다”라고 했다.

요리스는 상대 공격수와의 일대일 상황이나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는 상황 등에서 선방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반사신경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도 나오지만, 프랑스 A매치 최다 출전 기록(143경기)에서 나오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경기 조율 능력은 여전하다. 그가 ‘선방 쇼’를 이어가며 모로코를 넘어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다면 월드컵 최고 골키퍼 영예를 맛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