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끝난 후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29·토트넘)은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싸 쥔 채 멍하니 그라운드만 바라봤다. 마치 본인 때문에 잉글랜드의 4강 진출이 무산된 듯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잉글랜드의 주장 해리 케인이 11일 프랑스와의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1대2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감싸 쥔 채 괴로워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FIFA랭킹 5위)가 11일 카타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4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1대2로 패했다.

이날 케인은 웃고 또 울었다. 전반을 0-1로 뒤진 채 마친 잉글랜드는 후반 7분 부카요 사카(21·아스날)가 페널티지역에서 상대 수비 다리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 반칙을 얻어냈다.

곧바로 케인이 키커로 나섰다. 상대 골키퍼는 같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동료인 프랑스의 위고 요리스(36)였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긴장감이 더해졌다. 케인은 그의 전매특허 방향인 왼쪽 상단을 노렸고, 강력한 킥으로 골망을 흔들며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는 이번 대회 케인의 2호 골이었다. 이 골로 케인은 자신의 대표팀 53번째 골을 넣으며 은퇴한 웨인 루니(37)와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 역대 최다골 공동 1위로 등극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올리비에 지루(36·AC밀란)가 후반 33분 득점포를 가동하며 1-2로 뒤쳐진 잉글랜드는 다시 페널티킥 기회를 맞이했다. 후반 36분 잉글랜드의 메이슨 마운트(23·첼시)가 테오 에르난데스(25·AC밀란)에게 당한 밀치기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해리 케인이 11일 프랑스와의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두 번째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허탈해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케인이 다시 한 번 킥을 준비했다. 앞서 한 차례 성공했던 케인은 비슷한 위치로 강하게 찼지만, 이번엔 공이 골대를 훌쩍 넘어갔다. 케인은 자신의 유니폼 상의를 입으로 깨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루니를 넘어설 기회도 날아갔다. 잉글랜드는 더 이상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케인은 경기 후 “경기 전 준비를 못한 건 아니었다”면서 “페널티킥을 찰 때 자신감은 충분히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마무리를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는 내가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건 우리 팀이 이룬 성과를 자랑스러워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로써 1966년 안방에서 월드컵을 제패한 이후 사상 두 번째 월드컵 정상을 노린 잉글랜드의 도전도 멈춰 서게 됐다. 지난 러시아 대회 때 4강(크로아티아와 연장전 끝에 1대2패)까지 진출했던 성과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잉글랜드를 꺾고 4강에 합류한 프랑스는 오는 15일 모로코(22위)와 단판 승부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