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골 봤지? - 프랑스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가 5일 카타르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폴란드와 벌인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44분에 선제골을 터뜨린 뒤 슬라이딩을 하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의 올리비에 지루(36·AC밀란)는 5일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폴란드를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면서 자국 대표팀의 새 역사를 썼다. 지루는 이날 자신의 117번째 A매치에서 52번째 골에 성공했는데, 이는 티에리 앙리(45·51골)를 넘는 프랑스 대표팀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이다.

지루는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카림 벤제마(35·레알 마드리드)의 백업 멤버로 분류될 정도로 존재감이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벤제마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찼다. 그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호주전 2골, 16강전 1골로 이날까지 총 3골을 터뜨리며 자국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킬리안 음바페(24·파리 생제르맹)가 이번 대회에서 최다 골(5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지루가 상대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분산시켜 준 덕이다.

지루는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5년 프로 생활을 시작해 자국 3부와 2부 리그에서 뛰다 2010년에야 1부 리그(리그1) 소속인 몽펠리에에 입단했다. 1부 리그 진입은 늦었지만, 2011-2012시즌 리그1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아스널(2012~2018)과 첼시(2018~2021)에서 활약하며 유럽의 대표 골잡이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에는 FIFA(국제축구연맹)가 한 해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스카스상을 받았고, 2018-2019시즌에는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유럽 프로 리그뿐 아니라 월드컵에서도 재능을 늦게 꽃피웠다. ‘백업 스트라이커’로 처음 출전한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스위스를 상대로 한 골을 넣었고, 2018 러시아 대회에서는 결승까지 7경기를 모두 뛰고도 무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세 번째 출전한 이번 월드컵에서 4경기 동안 3골을 몰아치며 진가를 드러냈다. 지루는 “하부 리그를 경험한 것이 더 강해지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됐다”고 했다.

지루가 EPL에서 뛰던 시기에 EPL 토트넘 사령탑이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파리생제르맹 감독은 “나는 지루가 아스널과 첼시에서 뛰던 시절 그를 항상 증오했다. 그는 모든 능력을 갖춘 공격수였다”며 “페널티박스 안에서는 지루를 막기가 정말 어렵다. 크고 영리하며 매우 똑똑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괴물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도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공격수로 지루를 꼽는다. 김민재와 지루는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뛴다. 김민재는 “지루는 훌륭한 자질과 체력을 가졌다”며 “그를 마크하려면 90분 내내 집중하고 포지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