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으로 이끈 포르투갈전 결승골은 황희찬(26·울버햄튼)이 후반전 교체로 들어간 지 26분 만에 나왔다. 선발로 나선 선수들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후반에 투입돼 경기 흐름을 흔들어놓는 ‘수퍼 서브(Super-sub)’.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독 이런 수퍼 서브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조별 리그 48경기에서 나온 120골 중 23골을 교체 투입된 선수가 넣었다. 2018년 러시아 대회의 16골을 이미 넘어섰다.

역대 월드컵 중 교체 선수 득점이 가장 많이 나온 건 2014년 브라질 대회(34골)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171골이 터진 월드컵으로, 교체 선수가 넣은 골도 많았다. 총 147골 중 교체 선수가 24골을 넣은 2006년 독일 대회가 그다음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교체 카드를 전보다 더 많이 쓸 수 있게 된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 6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정규 시간에 최대 세 번 쓸 수 있던 교체 카드를 최대 다섯 번까지 쓸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한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가 최대 14명이었는데 17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된 각국 리그가 재개되면서 경기 일정이 빡빡해진 것을 고려해 취한 조치가 월드컵까지 굳어졌다. 이에 따라 교체 선수 명단도 종전 11명에서 15명으로 확대됐다.

이번 대회가 유럽·남미 프로 리그 시즌 중간인 겨울에 열리고 있다는 점도 교체 카드를 자주 쓰는 전략에 한몫한다. 손흥민(30·토트넘)이나 브라질의 네이마르(30·파리 생제르맹)처럼 시즌 중 부상을 입고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월드컵이 끝나면 리그가 재개되기 때문에 코치진은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하기 어렵다. 이번 대회에서 추가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기로 하면서 길어진 경기 시간도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주전 선수 체력 안배나 부상 대비 목적을 넘어, 교체 카드가 전술 요소로서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울루 벤투(53) 한국 대표팀 감독도 이번 월드컵에서 이강인(21·마요르카)을 조커로 기용할 구상을 그리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도 도안 리쓰(24·프라이부르크)가 조별리그 독일전에서 교체 후 4분, 스페인전에서는 3분 만에 골을 터뜨리며 비밀병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