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컨테이너 숙소가 1박에 수십만원 -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 ‘팬 빌리지’의 컨테이너 숙소. 비싼 가격에 비해 시설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 뉴스1

지난달 30일 카타르 도하의 옐로 라인 열차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당일치기로 오늘 사우디 리야드에서 경기를 보러 왔다”고 했다. 650km가량 떨어진 거리라 축구를 많이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사우디에서 월드컵을 보러 오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했다.

이유는 카타르 도하의 치솟은 숙소 값 때문이었다. 숙소가 부족한 탓에 월드컵 기간에 도하에서 묵으려면 1박에 40만~50만원을 내야 한다. 고급 호텔일 경우 이 가격을 훨씬 상회한다. 이에 리야드에서 싼값에 숙소를 잡은 뒤 비행기로 오가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쿠웨이트, 오만 등도 ‘월드컵 특수’를 맞았다. 카타르 주변국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관광 수익만 6억달러(약 7797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도하는 숙소뿐 월드컵을 치르기엔 모든 인프라가 부족하다. 경기 시간이 되면 도하의 모든 도로는 정체 탓에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경기가 끝나고는 지하철을 타려면 2시간가량 줄을 서야 하고, 택시를 타려면 3km는 걸어서 경기장 주변을 빠져나가야 한다. 역대 월드컵 개최지에서 일어나는 혼잡함이라지만, 도하는 여느 개최국보다 더하다. 애초 230만 인구의 카타르 도하가 150만명으로 추정되는 월드컵 유입 인구를 감당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뻔히 예상됐던 카타르의 ‘인구 과밀 월드컵’이 어떻게 FIFA(국제축구연맹)의 승인을 받은 건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오일 머니’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날 16강 진출 여부를 다투는 조별리그 4경기는 팬들의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 정도로 전부 로망이 가득했다. 이렇게 멋진 경기들과 그 뒤에서 늘 오갔을 검은돈의 괴리를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