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28일 오후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경기를 펼쳤다. 경기하는 이강인선수./스포츠 조선

지난 28일 0-2로 끌려가며 패배감에 젖어 있던 한국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은 것은 그라운드를 종횡 누빈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이었다.

후반 12분 투입된 지 1분 만에 상대 왼쪽 진영에서 공을 빼앗아 바로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왼쪽으로 휘어진 공이 조규성의 머리에 정확히 도착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골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의 응원 소리가 다시 커졌고, 한국 선수들의 표정에 ‘할 수 있다’는 투지가 비췄다.

그리고 이강인은 4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한국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가나의 이중 삼중 압박을 뚫어내고 공을 전방에 전달하며 활로를 뚫었다. 후반 30분에는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직접 왼발로 프리킥을 찼고, 골대 오른쪽 아래 구석으로 뻗어나간 공을 가나 골키퍼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아쉽게 2대3으로 졌지만, 한국은 이강인 덕분에 대등한 승부를 할 수 있었다. 이강인은 “그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어야 했다”며 “더 많은 훈련을 통해 앞으로 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뉴시스

◇눈물바다 속 홀로 자신감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가던 한국 선수들은 침울했다. 인터뷰 때는 어깨를 움츠린 채 고개를 숙이고 평소보다 작은 목소리로 질문에 답했다. 손흥민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뒤에서 구자철 KBS 해설위원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고개를 들고 또렷한 눈으로 말했다.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포르투갈전도 한 팀이 되어 잘 준비하겠다. 국민들께서 많은 성원 보내주셨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강인은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고개 숙인 선수들 사이에서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패배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은 건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이강인이 유일해 보였다.

◇1년 9개월 만에 A매치 출격

이강인은 2021년 3월 일본과의 평가전(0대3 패) 이후 1년 7개월 동안 한 번도 A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다. 이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눈 밖에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였다. 당시에는 소속팀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 뒤 이강인은 환골탈태했다. 이강인은 약점으로 평가받던 몸싸움을 잘하기 위해 2020년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을 키웠고, 지난해까지 적응기를 거쳤다. 그리고 신체 균형을 잡은 올 시즌엔 2골 3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벤투 감독은 결국 지난 9월 이강인을 불렀고, 움직임을 직접 보고 카타르에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도 투입하려 했지만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해 내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난 1차전 우루과이전 후반 29분 교체 선수로 나섰다. 1년 9개월 만의 대표팀 경기여서 적응이 어려웠을 텐데도 준수한 모습으로 기대감을 안겼고, 가나전에서는 조규성과 함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맹렬히 뛰었다.

◇부상병동 속 희망

지난 4년 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해온 선수들은 모두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안와골절상을 입은 손흥민은 불편한 안면 마스크 탓에 부진 중이다. 김민재는 우루과이전에서 다친 오른쪽 종아리가 낫지 않아 포르투갈전 출격이 불투명하다. 황희찬은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쳐 지난 2경기 전부 나서지 못했다.

이 탓에 최고의 컨디션을 보인 이강인이 포르투갈전에서는 선발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이강인이 90분간 뛰었다면 가나전 결과를 바꿨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강인은 이에 대해 “그 부분은 (벤투) 감독님이 결정하시는 것이다. 저는 감독님 결정을 100% 신뢰한다”며 “다시 기회가 온다면 팀에 도움이 돼 승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