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공격수 알폰소 데이비스(왼쪽)가 28일 카타르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기 위해 돌아서고 있다. 가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데이비스는 캐나다의 사상 첫 월드컵 득점자가 됐다. /AFP 연합뉴스

“그여야만 했다(It had to be him)!”

28일 캐나다와 크로아티아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경기 시작 67초 만에 캐나다의 알폰소 데이비스(22·바이에른 뮌헨)가 오른쪽에서 길게 올려준 공을 머리로 받아쳤다. 공은 골키퍼 왼쪽 몸통 아래를 파고들며 튀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24일 1차전 벨기에전에서 나온 페널티킥 실축을 깔끔히 만회하는 골이었다.

캐나다축구협회와 스포츠 매체들은 “그여야만 했다!”는 제목으로 데이비스의 득점을 축하했다. 결과적으로 캐나다는 이날 1대4로 역전패해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지었지만, 캐나다 축구 역사에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데이비스의 골은 역대 월드컵에서 캐나다가 올린 첫 득점이다. 캐나다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당시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내리 지며 탈락했다. 데이비스는 경기 후 “매우 행복하다”며 “캐나다에 첫 골을 안기기 위해 계속해서 꿈꾸고 믿고 몰아붙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경기) 결과는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승점 3점이 필요하다. 다음 경기에서 노릴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데이비스의 삶은 새로운 기록의 연속이었다. 그는 2000년 가나 난민 캠프 부두부람에서 6형제 중 넷째로 태어났다. 라이베리아 출신인 부모는 2차 내전을 피해 난민 캠프로 왔고, 2005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캐나다 중서부 앨버타주 에드먼턴으로 이주했다.

2015년 미 프로축구(MLS) 밴쿠버 화이트캡스 유스팀에 입단했다. 이듬해 화이트캡스 하부 리그(USL) 팀에서 프로로 데뷔해, USL 최연소 데뷔·득점 기록을 세웠다. 2017년 캐나다 국적을 얻어 대표팀에 선발된 후에는 A매치 최연소 출전·득점 기록을 갈아 치웠다. 2018년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을 때 MLS 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1350만달러·약 180억원)을 세웠다.

그의 강점은 빠른 발이다.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빠른 수비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윙어 출신 레프트백이라는 특징을 살려 공격에도 나선다. 그가 한참 앞에 있던 공격수를 전력질주로 따라잡아 공을 커팅해내는 장면이 자주 화제가 된다.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29·인터밀란)는 데이비스에 대해 “사기다. 마치 반칙 같은 속도”라고 말했다. 캐나다 대표팀에서는 측면 공격수로 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최대 전력질주 127회로 캐나다 대표팀 중 가장 많다.

데이비스는 캐나다의 수퍼스타다. 2020년 축구 선수 최초로 캐나다 ‘올해의 운동선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3월엔 유엔난민기구 대사에 임명됐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그는 소셜미디어에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아이가 이런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캐나다는 우리 가족에게 더 나은 삶을 살 기회를 줬다. 캐나다 대표로 뛰는 것은 영광”이라고 했다. “이번 월드컵 수익을 모두 기부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