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이 28일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가나와 벌인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헤더 동점골을 넣고 있다. 김진수가 왼발로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번쩍 뛰어올라 머리로 마무리했다.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2골을 넣은 한국 선수는 조규성이 처음이다. /AP 연합뉴스

5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하지만 한 걸음이 모자랐다. 한국이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전에서 패했다. 2010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 만의 ‘원정 16강’ 도전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한국은 28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가나에 2대3으로 졌다. 전반에만 두 골을 내주며 끌려가다 후반에 조규성의 2연속 헤딩 골로 2-2 동점을 만들었으나 한 골을 더 뺏기며 무릎을 꿇었다. 역대 월드컵 2차전 4무7패로 무승 징크스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앞선 1차전에서 우루과이(FIFA 14위)와 득점 없이 비겼던 한국(28위)은 1무1패(승점 1)로 승점을 보태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16강 희망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3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9위)을 잡고 승점 3을 보탠다면 승점 4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대회 때 2차전까지 2패에 머물다 3차전에서 독일을 2대0으로 무너뜨리는 역사를 쓴 적이 있다. 가나는 1패 후 1승(승점 3)을 거뒀다.

가나전 승리가 절실했던 한국은 이날 공격적으로 나섰다.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기대 이상으로 잘 싸우며 승점 1을 땄기 때문에 가나를 이기면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켤 수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1차전 선발 라인업 11명에서 3명을 바꿨다. 전방 공격수로는 최근 컨디션이 떨어진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빼고 조규성(전북 현대)을 내보냈다. 조규성은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30분 교체 투입돼 월드컵 무대에 데뷔했고, 날카로운 슈팅을 선보였다. 벤투 감독은 오른쪽 날개 공격수 자리에 우루과이전에 썼던 나상호(FC서울) 대신 권창훈(김천 상무)을 선택했다. 중앙 미드필더인 이재성(마인츠) 자리엔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을 내보냈다.

28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한국 수비수 김민재(붉은 유니폼 4번)와 가나 공격수 앙드레 아유가 공중볼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한국은 전반 2골을 내준 뒤 후반 조규성이 머리로 연속 2골을 터뜨리며 균형을 맞췄으나 이후 1골을 허용하며 2대3으로 아쉽게 패했다. /AFP 연합뉴스

전반 20분 무렵까지는 벤투 감독의 구상이 맞아 떨어지는 듯했다. 한국은 1차전처럼 주도권을 잡고 나갔다. 방어에 급급하던 가나가 전반 중반부터 밀고 올라오면서 흐름이 서서히 넘어갔다. 전반 24분엔 선제골을 내줬다. 미드필드 왼쪽에서 조르당 아유(크리스탈 팰리스)가 올린 프리킥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모하메드 살리수(사우샘프턴)가 공을 밀어 넣었다. 이 과정에서 가나 앙드레 이유(알 사드)의 손에 공이 맞은 것처럼 보였는데, 비디오 판독 끝에 골이 인정됐다.

한국은 10분 만에 다시 실점했다. 이번에도 조르당 아유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모하메드 쿠두스(아약스)가 문전에서 머리로 받아 골 그물을 흔들었다. 조르당 아유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미국 마이애미에서 한국과 치른 평가전에서 해트트릭(한 경기 3골)을 성공시키며 4대0 승리에 앞장섰던 선수다. 한국은 이 패배 이후 8년 만이자, 월드컵에서 처음 가나를 만났으나 설욕에 실패했다. 역대 상대전적은 3승4패가 됐다.

가나가 전반에 단 2차례 시도한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한 데 비해, 한국은 전반에 때린 슈팅 5개가 모두 골문을 빗나갔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13분과 16분에 조규성이 머리로 두 골을 연거푸 터뜨려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강인과 수비수 김진수가 왼쪽에서 크로스한 것을 조규성이 달려들면서 헤딩, 세차게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23분 가나의 쿠두스에게 다시 실점했다.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이냐키 윌리엄스(아틀레틱 빌바오)가 헛발질을 하며 슈팅 기회를 놓쳤는데, 오른쪽에 있던 쿠두스가 흘러온 공을 왼발로 깔아 때려 골로 연결했다. 쿠두스는 2골로 승리에 앞장섰다.

한국은 후반 막판 파상적인 공세를 펼쳤다. 종료 직전엔 코너킥을 얻었는데 주심이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벤투 감독은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하다 레드 카드를 받았다. /알라얀=성진혁·이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