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성이 가나 경기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날 조규성은 한국 선수로선 처음으로 월드컵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뉴시스

조규성(24·전북 현대)은 28일 가나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헤딩으로 2골을 몰아넣었다.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2골을 넣은 한국 선수는 조규성이 처음이다. 2대3 패배 속에서도 조규성의 활약만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비췄다.

지난해 8월 아침 훈련에 나서려던 김천 상무 소속 ‘일병’ 조규성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쏟아졌다. “대표팀 소집 날인 줄도 몰랐는데, 휴대폰 화면이 꺼지지 않을 만큼 메시지가 쏟아지는 거예요. 대표팀 발탁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어요. ‘벤투 감독님이 나를 왜?’ 어안이 벙벙했죠.” 지난 3월 본지와 이야기를 나눴던 조규성이 처음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을 때를 회상하면서 한 말이다.

조규성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직접 골라낸 선수다. 2021년 당시 K리그2(2부) 김천 상무에서 뛰고 있던 조규성을 ‘깜짝 발탁’했다. 조규성은 2020년 전북 현대에서 주전 경쟁에 밀린 뒤 군 복무를 위해 상무로 향했고, 그곳에서 힘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근육량을 늘렸다. 날렵했던 79kg에서 근육질의 84kg로 변한 조규성은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게 되자 패스 감각이 살아났다. 덕분에 189cm의 큰 키에도 골대만을 바라보지 않고 주변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벤투 감독은 이런 조규성을 일찌감치 알아봤고, 그 뒤로도 꾸준히 대표팀에 불렀다. 조규성은 지난 1월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5경기 만에 데뷔 골을, 같은 달 부상을 당한 손흥민이 결장했던 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 예선 7차전에서 1대0 승리를 결정짓는 골을 넣으며 벤투호의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았다. 교체 출장한 지난 우루과이전 뒤에는 빼어난 외모로도 유명해졌다. 2만명이던 기존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28일 기준 90만명을 넘길 정도였다.

그리고 이날 조규성은 황의조를 대신해 선발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2골을 넣으며 벤투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하지만 그는 빛나는 활약에도 경기를 마치고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멈춰 있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조규성은 소감을 묻는 말에 “죄송할 뿐”이라면서도 “끝까지 스스로 믿고 열심히 꿈을 갖고 열심히 한 끝에 세계적 무대에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시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달리겠다”고 했다.

/알라얀=이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