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 때 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던 앤서니 테일러(44·잉글랜드) 심판이 한국 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두 번째 경기에서 휘슬을 분다. 앞서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선 프랑스 출신의 클레망 튀르팽(40) 심판이 주심을 맡았다.

잉글랜드의 앤서니 테일러 주심. /로이터뉴스1

국제축구연맹(FIFA)이 23일 발표한 명단에 따르면 28일 오후 10시(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가나의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주심은 테일러 심판으로 정해졌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출신의 테일러 심판은 2010년부터 EPL에서 활동해 온 베테랑이다. 국제 심판으로는 2013년부터 나섰다. 주로 유럽에서 열리는 경기에 많이 나왔다.

EPL 심판인 만큼 2015년부터 역시 EPL 무대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이 뛴 경기도 맡았다. 심지어 그를 퇴장시킨 적도 있다.

손흥민이 레드카드를 들어올린 앤서니 테일러 주심 앞에서 당황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손흥민이 고의적인 보복성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카드를 받은 상황. 쓰러진 손흥민이 다리를 치켜들었고, 왼발이 첼시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의 가슴 부위에 닿아있다. /AP연합뉴스·SPOTV캡쳐

손흥민은 2019년 12월 열린 토트넘-첼시전에서 당시 안토니오 뤼디거와 볼 경합을 하다 엉켜 넘어지던 중 짜증이 났는지 왼쪽 발을 치켜들었고, 뤼디거는 발에 차였다는 시늉을 하며 가슴을 움켜쥔 채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테일러 심판은 손흥민이 불필요하고 고의적인 보복 행동을 했다며 비디오 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꺼냈다. 손흥민은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테일러 심판은 올해 8월 또 다시 토트넘-첼시전에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이때는 레드카드가 감독들을 향했다.

당시 경기 내내 판정에 불만이 쌓여 있던 첼시의 토마스 투헬 감독은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의 1-1 동점골 세리머니 때 그에게 달려들어 둘은 뒤엉켰다. 후반 32분 첼시 리스 제임스의 역전골이 나오자 투헬 감독은 토트넘 벤치를 향해 질주하는 ‘복수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무승부로 결국 경기가 끝나고 악수할 때는 투헬 감독이 콘테 감독의 손을 놓지 않으면서 기싸움을 벌였다. 양 팀 선수들과 스태프가 모두 합세해 몸싸움 끝에 두 감독을 떨어트렸지만, 둘은 테일러 심판에 의해 퇴장을 당했다.

테일러 심판의 거침없는 판정이 목숨을 살린 적도 있다. 지난해 6월 유로 2020 덴마크와 핀란드의 B조 예선 1차전에서 주심으로 나섰던 테일러 심판은 크리스티안 에릭센(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경기 전반 42분쯤 심정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재빨리 경기를 중단시켰다. 경기 의료진에게도 신속히 도움을 요청했다. 에릭센은 의료진을 통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곧장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이후 에릭센은 심장충격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기적처럼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28일 한국과 가나의 경기에서 테일러 주심은 같은 잉글랜드 출신의 게리 베직, 애덤 넌 부심과 호흡을 맞춘다. 선수 교체 상황 등을 총괄하는 대기심은 페루의 케빈 오르테가 심판이다.

VAR 심판은 토마시 크비아트코프스키(폴란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