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에릭센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크리스티안 에릭센(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1년 5개월 만에 월드컵 무대에 등장한다.

덴마크는 22일 D조 튀니지와 1차전을 시작으로 카타르 월드컵 무대 닻을 올린다. 덴마크는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힌다. 유럽 예선 F조 최종전에서 스코틀랜드에 패하기 전까지 9연승을 달린 덴마크는 조 1위(승점 27·9승1패)로 독일에 이어 일찌감치 월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다. 10경기에서 30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3골에 불과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물 샐 틈 없는 압박으로 빠른 공수 전환의 축구를 구사한다.

무엇보다 선수단 분위기가 남다르다. ‘기적의 사나이’ 에릭센이 중원의 지휘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에릭센은 지난해 6월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핀란드와의 유로 2020 B조 예선 1차전 당시 전반 42분에 심정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고, 경기는 중단됐다. 2015∼2020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동료였던 손흥민은 동갑내기 친구의 쾌유를 비는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동료들은 에릭센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경기를 재개했다. 그리고 예상을 깨고 대회 4강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후 에릭센은 심장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기적처럼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현재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여전한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복귀를 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순간부터 월드컵을 목표로 뒀다”면서 “다시 대표팀 일원으로 뛸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덴마크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이다.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가장 많은 골(39골·117경기)을 터뜨린 에릭센의 발에서 어떤 마법이 나올지 관심이다.

아르헨티나의 구세주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도 같은 날 C조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우승을 위한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그는 2006 독일 대회부터 5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선다.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7회 수상에 빛나는 메시지만, 월드컵 우승과는 연을 쌓지 못했다. 메시는 2006년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8강, 2014 브라질 대회에선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독일에 0대1로 무릎을 꿇으며 우승컵을 놓쳤다. 2018 러시아 대회 때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아르헨티나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활약을 바탕으로 1986 멕시코 대회에서 두 번째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이후 36년 동안 월드컵을 제패하지 못했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컵을 선배 마라도나 영정에 바칠 수 있을지도 주목거리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국이자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 폴란드는 23일 경기에 출격한다. 프랑스는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앙 득점왕과 도움왕에 오른 킬리안 음바페(24·파리생제르맹)를 앞세워 월드컵 2연패와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폴란드는 역대 대표 선수 중 득점 1위(76골·134경기)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4·FC바르셀로나)가 멕시코를 상대로 월드컵 첫 골을 기록할지가 관심사다. 멕시코는 1994 미국 월드컵부터 2018년 월드컵까지 7회 연속 본선에 올라 모두 16강 진출에 성공한 ‘16강 단골’팀이다.